[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초전도체 테마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하루마다 나오는 관련 소식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반복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고자 테마주를 집중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 LK-99 테마주들 일제히 ‘급락’…서남·LS전선아시아 ‘하한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남(294630)은 전 거래일보다 3140원(29.99%) 하락해 하한가인 7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LS전선아시아(229640)와 원익피앤이(217820)도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으며, 인지컨트롤스(023800)는 29.66% 급락하며 하한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외에 한양이엔지(23.77%)와 고려제강(22.22%), 모비스(21.50%), 탑엔지니어링(19.86%), 아모텍(19.70%) 등도 일제히 큰 낙폭을 보였다.
해당 기업들은 시장에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엮였으며, 최근 국내외 인사들과 학술지의 상온 초전도체 후보 물질 ‘LK-99’ 관련 발표가 나올 때마다 급격한 주가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초전도 선재 관련 기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서남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2000원 후반~3000원 초반대에서 주가를 형성하던 기업이다. 서남은 지난 27일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1만980원까지 뛰었다.
이후 주가 과열 방지 시스템에 따라 지난 4일 거래가 하루 간 정지된 뒤에도 급등세를 이어가던 서남은 지난 8일 장중 최고 1만543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당일 오후 미국 메릴랜드대학 응집물집이론센터가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해 상온 초전도체 후보물질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발표를 하자 곧바로 하한가인 883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서남은 이달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급락해 최저 5950원까지 떨어졌으나, 국내 핀테크 기업인 보나사피엔스의 김인기 대표가 자신의 SNS에 LK-99가 초전도체가 맞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다시 투자심리가 확대되며 지난 14일부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주가가 1만47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온라인을 통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다시 하한가로 고꾸라졌다.
■ 테마주 최대주주, 주가 급등에 보유분 ‘팔자’
이처럼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막상 해당 기업들과 LK-99간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LK-99 자체의 진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테마주로 엮인 덕성은 전일 공시를 통해 “최근 초전도 기술 등과 관련해 주가가 급변하고 있다고 판단 중이나, 현재 당사에선 이와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LS전선아시아도 “초전도체 케이블 관련 사업을 진행하거나 초전도체 개발 사실이 없다”고 공시했다.
또 다른 테마주 신성델타테크도 앞서 지난 14일 “최근의 현저한 시황변동과 관련해 별도로 공시할 중요 정보는 없다”고 해명했으며, 서남은 이달 초 자사 홈페이지 공지로 LK-99를 개발한 연구소와 어떤 협력 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해당 종목들의 최대주주들은 주가가 급등하자 장내 매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1위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한국 법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이하 어플라이드)와 특수관계인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벤처캐피털(VC) 조직 어플라이드 벤처스는 보유 중이던 서남 주식 225만주(약 10.09%)를 이달 초부터 지난 11일까지 전량 장내 매각했다. 이에 최대주주는 어플라이드에서 문승현 서남 대표이사 외 3인으로 변경됐다.
전일 하루 간 주가 급등으로 거래가 정지된 테마주 파워로직스(047310)도 최대주주인 탑엔지니어링과 특별관계자의 보유지분이 기존 35.69%에서 35.09%로 변경됐다.
같은 날 LS전선아시아는 전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보유한 자사주 39만7303주(지분 약 1.3%)를 전량 처분할 계획이라고도 공시했다.
■ 금융당국 “테마주 쏠림 현상 관리할 것”
최근 테마주로 엮인 주식들에 대해 급격한 변동성과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당국도 이를 관리하고자 나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자본시장 분야 주요 정책성과 및 하반기 추진계획’ 발표 간담회를 열어 테마주와 관련해 사업계획을 과장하거나 리딩방을 통해 허위 사실 및 풍문을 유포하는 시장교란 행위를 단속할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리딩방과 SNS를 통해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 적극적으로 특별 단속할 계획”이라며 “최근까지 불거지는 테마주에 대한 과도한 쏠림 현상을 관리하고자 정확한 사실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의 신용융자 공급이 적정한지 모니터링하고, 관련 시장 교란 행위도 엄정히 단속할 것”이라며 “불법 리딩방에 대해 암행이나 일제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점검해 불공정거래 의혹자에 대해선 유사투자자문업 직권을 말소하는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금융감독원이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국가수사본부와 ‘자본시장 불법행위 대응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금감원과 국수본은 이번 MOU로 △피해예방 홍보 △정보 공유 △공동단속 △수사·조사역량 강화 지원 △보이스피싱 및 불법 사금융 등 민생금융범죄 관련 기존 MOU의 충실한 이행 등을 협력·공조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은 지난 6월 리딩방 단속반을 설치해 암행점검을 확대 실시하고 있으며, 투자사기 연루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와 테마주 관련 허위 풍문 유포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며 “특별조사팀과 정보수집반 등을 설치해 불공정 거래 근절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금융사의 사익 추구 행위와 상장사의 회계 부정을 중점 점검 사항으로 선정해 검사·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테마주 매매가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매매 방법이라며, 자칫 고점에 물리면 다시 복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마주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시장의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투자자 시선이 다른 테마로 넘어가면 순식간에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 매매”라며 “현 상황에서 FOMO(뒤처짐에 대한 공포) 심리의 뇌동매매는 지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