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르는 예금금리···‘대출금리 상승’ 부채질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동안 주춤했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경로를 분산한 영향이다. 고객 입장에선 이자 증가 효과가 기대되지만, 수신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잔존했다.
11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70~4.02%로 집계됐다. Sh수협은행(4.02%)과 SC제일은행(4.10%), BNK부산은행(4.00%)은 연 4%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연 3.50~3.85%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연이어 동결되면서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는데, 최근 최고금리가 조금씩 오르고 있는 흐름이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상승은 채권 금리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은행은 은행채 발행과 예·적금 판매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자 수신금리 인상으로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연 4.29%로 나타났다. 올 3~5월 연 3%대 후반을 보이다가 6월부터 연 4%대로 올라선 뒤 등락하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은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정기예금 금리 상승은 목돈을 굴리는 고객 입장에서 이자 증가 효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대출금리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쓰이는 코픽스(COFIX)가 수신금리와 동행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의 금리 움직임을 반영한다. 현재 은행채와 예·적금 금리가 모두 오르고 있는 만큼 코픽스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14%포인트(p) 오른 3.70%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은행권은 이 수치가 발표(7월 17일)되고 하루 만에 상승분을 주담대 변동금리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오는 15일 발표될 예정인데, 추가 상승했으면 당장 16일부터 은행들이 취급하는 주담대 변동금리도 오르게 된다. 은행의 자금 조달 부담이 덜어지지 않는 이상 대출금리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9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8~6.92%로 집계됐다. 코픽스 발표 전후로 상단이 연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연 6%대를 돌파한 지 1달도 되지 않은 걸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가계대출에서 금리 밴드(범위) 상단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중간값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인 만큼 이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영업점에선 여력이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상환하는 걸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