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들쑥날쑥 재산신고에 직장인들 공분 확산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보통 어느 나라든 국회의원이라면 공직자로서 자신의 소득과 자산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되어 있다.
일본 역시 ‘국회의원의 자산상황 등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 아래 둔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 자산공개법에 의해 모든 국회의원들이 해마다 소득과 재산을 공개해야 하지만 아사히신문이 과거 20년분의 국회의원 소득신고서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 신고가 누락되고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일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신고내역을 보면 참의원 선거에 당선된 국회의원 중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의원은 204명이지만 보유한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금이나 매각차익을 신고한 인원은 이보다 적은 48명뿐이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 등록된 1834개 상장기업 중 90% 이상이 매년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확실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율이다.
개중에는 한 해 배당금으로만 우리 돈 4억 원이 넘는 4300만 엔을 받았지만 실제 소득은 0원으로 신고한 재벌급 국회의원도 있다. 당사자인 자민당의 모리야마 유스케(森山 裕介)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를 추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배당금은 원천징수 처리되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배당금 외에 매각차익 역시 원천징수가 가능한 특정계좌를 이용하면 신고의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신고회피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주식이 아니더라도 보유한 재산에 대한 공개의무 역시 국회의원 본인에게만 한정되어 있고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들은 신고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재산 은닉이 가능하다.
심지어 소득이나 재산 내역을 허위로 신고하다가 적발되어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의원들에게 매달 100만 엔씩 지급되는 활동비 명목의 조사연구홍보 체재비는 어디에도 사용내역을 소명하지 않는다.
애초에 국회의원들의 소득과 재산내역을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한 국회의원 자산공개법은 1992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에도 정치와 돈이 엮인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재발방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법의 제정 목적이 무색할 정도로 맹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도쿄대학의 타니구치 마사키(谷口 将紀) 정치학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거짓말을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고 국민들의 감시가 닿지 않는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었다’면서도 ‘법률과 이념 사이에 거대한 괴리가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부족해 법률 개정을 위한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자민당의 한 국회의원 비서관 역시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손발을 묶는 개혁에 소극적인 것이 당연하다’며 자정작용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에서 이번 일본인들의 공분이 과연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지는 역시나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