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은 온 사회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저출산을 독려했다. 그런데 불과 약 반세기 만에 한국 사회는 정반대 현실에 놓였다. 젊은 층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며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 들었고, ‘인구절벽’의 기울기가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양육에 대한 경제적·정서적 부담과 일·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때문에 저출산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자리매김했고, 실제 기업들에서는 출산·양육 친화 사내문화 조성으로 해법 모색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출산·양육 정책’을 총 30회 시리즈 기획을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롯데쇼핑이 신동빈 롯데 회장 진두지휘 아래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 계열사에 '여성 자동육아휴직 제도'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를 도입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 제도가 보장돼 있으나, 조직 내 분위기 등으로 실제 사용률은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해 육아휴직 사용률 높이기 위해 신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롯데그룹 내 출산 여성 직원은 상사의 결재 없이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남성 직원에게는 첫 달 통상임금과 정부 지원금 차액을 회사 측에서 전액 지급한다. 경제적 이유로 육아휴직을 꺼리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특히 여성 비율이 높은 롯데쇼핑이니 만큼 회사의 저출산 대책은 업계로부터도 주목 받았다.

 

롯데쇼핑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중 67%가 '여성'이다. 이는 "여성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라"라는 신동빈 회장의 주문 아래 출산 및 육아 관련 복지제도를 대폭 확대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여성 인력의 활용여부가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이 된다는 철학 하에 여성인재 육성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며 "이에 발맞춰 워라밸을 높이는 등 기업문화 변화를 위해 차별화된 복지제도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남성도 자연스럽게 육아휴직 사용"…유연한 롯데백화점 '저출산 지원책'

 

그 중 롯데백화점은 여성과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된 대표적인 롯데 계열사다. 

 

그룹 방침에 따라 롯데백화점 남성 전직원은 배우자 출산휴가(10일) 외에도, 출산 후 1개월 이내에 최소 1개월 이상의 육아 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사내에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 직원은 안전한 출산 준비를 위해 법으로 정해진 출산휴가(3개월) 포함 최대 1년까지 출산휴직 사용이 가능하다. 육아휴직도 1년 연장할 수 있다. 자녀가 있을 경우, 자녀돌봄휴직 1년까지 더하면 최대 4년의 출산·육아 휴직이 가능한 셈이다.

 

신 회장의 의지를 적극 반영해 2010년부터 만 1세부터 5세까지 임직원 자녀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사원들을 위한 어린이집 1호점을 개원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휴직 기간 1년이 끝나면, 생후 24개월 이하 영아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 많았다"며 "이러한 임직원 의견에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더해져 어린이집을 별도로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임신준비기간'부터 '육아기'까지…롯데마트 '생애주기별 모성보호제도' 

 

롯데마트도 여성인력을 향한 신 회장의 꾸준한 관심 아래 '생애주기별 모성보호제도'를 도입하는 등 저출산 지원에 '진심'이다.

 

생애주기는 △임신준비기간 △임신 △출산 △육아 등 4단계로 나뉜다. 먼저 '임신준비기간'에는 만 44세 이하의 기혼, 난임 여성 직원을 위해 최대 6개월의 '아기소망휴직' 제도를 운영한다. 아기소망휴직자에게 100만원 상당의 '아기소망지원금'도 지원하고 있다. 

 

'임신' 단계에서는 12주 임신초기직원을 대상으로 예비맘 문화센터 수강권 등이 포함된 '임신축하선물'을 제공한다. 또 임산부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임신기 유연근무제'와 하루 2시간 단축근무를 지원하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한다. '태아 검진 시간'을 별도로 제공하며, 입덧과 조산 및 유산기가 있는 경우 '예비MOM휴직' 제도를 통해 최대 6개월 휴가 사용이 가능하다.

 

'출산'을 한 경우, 여성 직원에게 아기옷과 분유 등 '출산축하선물'과 함께 출산휴가 90일을 지원한다. 남성 직원도 예외 없이 출산휴가 10일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육아' 생애주기에서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 직원은 최대 2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1년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사용 가능하다. 남성 직원에게는 최대 1년의 육아휴직이 주어진다.

 

롯데마트의 저출산 지원정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육아휴직이 끝난 이후에도, 아이를 돌봐 줄 여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미취학 자녀를 둔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육아기유연근무제'를 시행한다. 초등학교 예비 1학년 자녀를 둔 여성 직원에게는 입학일 기준 6개월 혹은 1년 중 선택할 수 있는 '자녀 입학 돌봄 휴직제'도 운영하고 있다.

 

 

■ 이커머스, '재택근무'도 '혼합근무'도 OK…"하루 9시간만 충족하면 돼"

 

이커머스 역시 유연한 근무 및 복지제도에 앞장서고 있다. 먼저 사무실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혼합근무를 상시 실행한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부모는 육아휴직과 별개로 최대 1년간의 휴직을 허용하며, 필요시 전면 재택근무, 1년 근로시간단축제도 가능하다.

 

더불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의무 근로시간 외에는 개인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단, 월 평균 하루 8시간 근무만 충족하면 된다. 

 

출산 시 법정육아휴직 외에도 추가로 육아휴직 및 자녀돌봄 휴직을 1년씩 제공한다. 한 자녀당 최대 3년간 사용할 수 있다. 건강상의 이유라면 육아휴직을 출산휴가 이전에 쓸 수도 있으며, 임신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를 위한 추가 유급휴가도 2일 제공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최근 롯데쇼핑 이커머스가 고용노동부에게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인정받은 점도 복지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