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MSCI 선진지수 불발...'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잰걸음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또다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지며 2,640선까지 올라섰으나, 아직 한국 증시의 한계로 꼽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발생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최근 해외투자자가 보다 쉽게 한국 증시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고, 소액투자자 권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사주 제도까지 개편에 들어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 韓 MSCI 선진지수 불발, 내년을 기다려야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MSCI는 한국을 워치리스트에 올리지 않고 여전히 ‘신흥시장’에 분류했다. MSCI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각국 증시를 규모와 제도 수준에 따라 선진(DM), 신흥(EM), 프런티어(FM) 시장으로 구분한다.
한국은 1992년 1월 첫 편입 이후 줄곧 MSCI 신흥국 지수에 머무르고 있다. 관찰대상국 지위를 1년 이상 유지해야만 선진 시장으로 등재되는 데, 한국은 매년 등재에 실패했고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됐다.
MSCI는 한국 시장을 평가하는 18개 항목 중 지난해와 같은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흐름 △청산 및 결제 △이체성 △투자 상품의 가용성 등 6개 항목을 마이너스(개선 필요)로 평가했다.
MSCI 측은 이번 리뷰에서 한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권리에 대해 "올들어 한국 정부가 영문 공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전면적인 시행 후 이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함께 철저히 평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MSCI 선진은 한국이 조건은 어느 정도 맞춰졌지만 평가하는 허들이 있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예측해 내년 지수 편입 여부를 확정짓기가 애매모호하다"며 "결국 마케팅(투자심리)인데, 확정되기까지는 우리 정부가 시장에 맞는 비즈니스를 체계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을 함께 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증권가, 내년엔 한국 MSCI 관찰대상국 등재 전망
증권가는 한국이 내년엔 워치리스트 등재가 가능하다는 전망했다. 올해 12월부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가 지목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전 등록 없이 상장증권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 것이다.
대신증권(003540)은 금융당국의 발빠른 대처로 내년엔 한국이 MSCI 선진국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등재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발표된 MSCI의 한국에 대한 시장 접근성 평가는 지난해보다 개선 사항이 없어 관찰대상국등재가 불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추진 방안이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접근성 평가 항목 중 투자자 등록, 계좌 개설 지적사항은 연말이면 해결될 것"이라며 "주요 지적사항인 청산·결제, 이체성 항목도 개선될 것이고, 정보흐름 항목인 영문 공시·배당 절차 개선은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저평가 해소, 발걸음 빨라지나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한다. 이번 결정으로 국내 주식시장 내 해외자금 유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 증시는 저평가되고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우선적으로 오는 12월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바로 계좌를 만들 수 있게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이러한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등록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 접근성을 위해 1992년 도입됐다. 외국인 투자가가 투자등록번호 발급을 위해 △투자등록신청서 △본인확인서류 △상임대리인 계약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 번역·공증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사전 등록 없이 개인은 여권번호, 법인은 LEI 번호만으로 계좌 개설 및 투자가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개정안을 공표 후 6개월 계류 기간을 가진 뒤 오는 12월 14일부터 시행한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자 편의 확대를 위해 △외국인통합계좌 활성화 △결제 즉시 투자내역 보고 의무 폐지 △사후신고 장외거래 가능 범위 확대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 영문공시 의무화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제 표준에 맞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시, 우리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돼 외국인 투자가 보다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위원회, 자사주 제도 손질도
정부는 자기주식(자사주) 제도개선안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강제소각하는 의무화 조치 등을 검토한다.
주주가치 제고 보다 대주주의 지배권을 높이는 도구로 변질됐던 자사주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개선안을 하반기에 내놓겠다 했다.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및 주주이익 환원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거론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자사주 관련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주주 친화적 제도개선 취지여서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지고 재산권 침해와 위헌 소지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이뤄진다면 코스피가 다시 3,000선 고지를 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방어 목적 등 기업들의 반대로 인해 금융 당국의 입장이 다소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에 따라 자사주 취득 시 소각 여부를 공시하고, 소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혹은 자사주 소각 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정책은 자사주 소각을 선택하는 기업의 수를 증가시키는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