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금융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 바람에 발맞춘 모바일뱅킹 강화로 비대면 상품 개발·출시에 열을 올린 결과다. 플랫폼 경쟁력으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도 시중은행 디지털화를 부추겼다.
은행들은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고객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면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운영·관리 등 고정비를 잡아먹는 점포 정리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올 1분기 취급한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의 비대면(디지털) 비중은 각각 92%와 72.3%로 집계됐다. 펀드는 83.4%, 예·적금은 67.6%가 비대면으로 실행됐다. 여·수신 상품 모두 절반 이상을 비대면으로 채운 셈이다.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중 비대면 비중이 71.2%로 지난해(68.5%) 대비 2.7%포인트(p) 상승했다. 예금의 경우 10건 중 9건(91.2%)이 비대면으로 취급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예·적금과 펀드, 대출 등 전체 신규 상품에서 비대면 비중이 57%로 조사됐다.
시중은행의 비대면 금융 활성화는 모바일뱅킹 고객 증가에 기인한다. 올 1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과 신한은행의 ‘쏠(SOL)’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1119만명과 940만명으로 나타났다. MAU는 한 달에 최소 한 차례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수다.
비대면 금융과 모바일뱅킹 고도화는 시중은행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경영 전략이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 흐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증가한 비대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시장에선 디지털화에 실패한 은행은 도태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카카오·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공습도 시중은행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플랫폼에 기반한 100% 비대면 체제로 금융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성·직관성 격차가 벌어질 경우 시중은행들의 고객 이탈이 빨라질 우려도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예전에 은행 앱이 무겁고 구동도 느릴 때 고객 뿐 아니라 은행원들도 인터넷은행에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모바일뱅킹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전통 금융 분야 뿐 아니라 디지털 조직도 계속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전략이 속속 성과를 내면서 금융 문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비대면 상품에 우대금리 등 더 좋은 혜택을 얹어주고, 각종 이벤트 및 홍보가 이어지면서 대면 고객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융 소비자의 입·출금 및 자금 이체 거래 중 대면 창구 이용 비중은 5.5%에 불과했다. 상품 가입을 포함한 간단한 금융 거래의 경우 굳이 은행원과 마주앉지 않아도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체질 전환에 나선 시중은행들 입장에선 점포 운영이 고민거리다. VIP 고객이나 자산관리(WM) 등 여전히 대면 업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적지 않지만, 눈에 띄게 수요가 줄어든 점포의 경우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은행이 통상 점포를 운영하려면 임대료·인건비·관리비 등 고정비가 발생한다. 앞으로 대면 고객을 통한 실적이 계속 줄어들 텐데, 고정비를 절감이나 인력 분산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이에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지난해 1분기 전국 2989개였던 점포를 올 1분기 2848개로 141개 줄였다. 비대면 금융 강화와 대면 고객 감소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더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고객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점포 폐쇄 계획은 없고 중장기적 운영 계획이나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며 “앞으로 비대면 금융 비중이 더 늘어날 거란 얘기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모바일뱅킹과 오프라인 점포의 조화나 특화 업무 같은 걸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