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 기자 입력 : 2023.05.14 08:48 ㅣ 수정 : 2023.05.14 08:48
베트남 의료기관 손잡고 현지 원격케어 서비스 시범운영 내년 상반기 중 한국형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 설립 목표 원격케어·건강검진센터 데이터 발판삼아 의료AI 사업 추진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올 3분기 중 당뇨 환자를 위한 혈당관리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업을 본격화 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약국 체인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 ‘참약사’와 손잡고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한글과컴퓨터는 계열사 한컴케어링크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인공지능(AI), 로봇, 미디어·콘텐츠 등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역량을 갖춘 KT도 헬스케어 청사진을 마련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다만 KT 헬스케어 사업은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KT는 베트남 의료법인을 설립했으며 국내·현지 파트너사와 손잡고 시장 진입을 위한 물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베트남에서 △원격 케어 플랫폼 △건강검진센터 △의료AI에 이르는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 경험을 국내에 이식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 만성질환 발병 전 예방·관리에 초점…베트남 의료법인 설립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2일 오후 베트남 헬스케어 디지털전환(DX) 사업 관련 기자단 스터디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 추진 경과와 향후 목표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KT가 헬스케어 시장에 주목한 배경은 인구 고령화에 있다. 현재 국내는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 만성질환 환자 수도 증가세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은 건보료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에 KT는 ‘질병 발병 후 치료’ 중심인 현행 의료 시장에서 ‘발병 전 예방·관리’ 사업을 전개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 청사진을 그렸다.
KT 헬스케어 사업은 '원격케어-건강검진센터-의료AI' 등 3가지 카테고리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구조다.
다만 국내는 의료법 등 넘어야 할 규제가 수두룩해 'K-메디컬'에 우호적이면서 헬스케어 관련 수요가 늘고 있는 베트남에 먼저 진출하기로 했다.
임승혁 KT 헬스케어사업단장(상무)은 이날 행사에서 “아무 경험 없이 국내에 진입하기보다 K-메디컬에 우호적인 동남아에 먼저 들어가서 경험을 쌓은 후 이를 국내에 반영하고 이와 별개로 국내에서 준비한 것을 동남아에 접목하는 선순환 구조로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는 올해 1월 베트남 의료법인 ‘KT 헬스케어 비나’(KT healthcare vina)를 설립했다.
KT 베트남 의료법인은 현지 병원과 손잡고 자체 원격케어 플랫폼을 활용해 △위암 수술 환자 퇴원 후 관리 △당뇨 중심 만성질환자 건강습관 관리 등 2가지 비대면 케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두 시범 사업은 올 8월까지 12주간 진행되며 현재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각각 100명, 240명을 대상으로 한다.
KT의 비대면 케어 서비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자가관리 △전문가의 1:1 케어코칭 △질환별 AI 맞춤 서비스(영양식 등)로 이뤄진다. 서비스에 활용되는 앱은 KT와 메디플러스솔루션, 휴레이포지티브와 함께 개발한 ‘닥터 어라운드’다.
■ KT, 내년 상반기 베트남에 ‘한국형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 설립
KT는 베트남 내 비대면 케어 서비스뿐 아니라 ‘한국형 프리미엄 종합 건강검진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KT는 하나로의료재단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고용주의 건강검진 제공이 의무화돼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고소득층에서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수요도 증가세다.
다만 수도 하노이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가 7~8개에 불과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KT는 파악했다.
이에 따라 KT는 한국 의료진과 현지 우수 의료진, 고품질 진단 장비가 완비된 한국형 프리미엄 종합 건강검진센터를 내년 상반기에 설립해 하노이 고소득층과 재외 한국교민을 공략할 방침이다.
임승혁 상무는 “베트남 하노이 인구 가운데 고소득층은 10%인 93만명이며 교민은 한인이 7만명 수준”이라며 “KT가 목표로 잡은 1년 수검자 목표는 3만명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T는 이 같은 원격케어, 건강검진센터 사업에서 확보된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AI 솔루션을 개발할 방침이다.
현재 KT가 개발 중인 의료AI 솔루션은 △건강검진 항목 추천 △당뇨병 스크리닝 및 발병 예측 △AI 영상 스크리닝 △갑상선암·유방암 진단보조 등이 있다.
베트남 사업을 통해 확보한 헬스케어 사업 역량을 규제가 점진적으로 개선 중인 국내에 적용해 적기에 진출할 예정이다.
임 상무는 “KT는 과거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요닥’, 웨어러블 디바이스 서비스 ‘네오핏’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 같은 다양한 경험을 녹여낸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