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모두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상품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최근 은행권은 시장금리 상승에도 정기예금 금리를 점진적으로 내리고 있다.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보이는데, 금리 매력도가 낮아지면서 자금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상품 금리는 연 3.40~3.47%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를 밑돌고 있는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연 3.47%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연 3.4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3.45%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연 3.40% 순으로 금리가 높았다.
시중은행 대비 금리를 높게 쳐주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계속 내려가고 있다. 일부 기준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이 남아있지만, 연 4%대 상품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신규 가입과 주거래 은행 설정, 개인(신용) 정보 수집 동의 등 웬만한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했을 때 기준으로 보면 대구은행과 경남은행 등에서 연 3.80~3.85%의 금리가 적용된다. 케이·카카오·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연 3.40~3.60%로 집계됐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대까지 올랐으나, 올 초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50%까지 인상(2·4월은 동결)했지만, 은행권 수신금리는 역주행하고 있다.
이는 은행권의 비용 부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 조달 경로 중 하나인 정기예금 금리가 높아질수록 고객에 내주는 이자(비용)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요청도 아직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은 대출 등에 쓰일 돈을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발행으로 조달하는데, 요즘 은행채 금리가 하락해 굳이 정기예금에 높은 금리를 매겨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떨어졌다”며 “내부 금리 산정 때도 올려야 한다는 얘기는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수신고 감소 현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올 1분기 정기예금 잔액은 전분기 대비 1.5~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정기예금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전망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으로 은행채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도 나오는 만큼,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은 더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정기예금 금리는 은행채 같은 시장금리 뿐 아니라 정책적인 것도 영향을 끼치는데, 다시 오를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며 “만약 한국은행이 이달 미국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정기예금 금리도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