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법안 ‘오리무중’, 국회는 정확한 입법 시그널 빨리 보내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대표 공약 중 하나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어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2년차이지만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두고 국회와 정부가 불협화음을 냈다. 국회 서정숙(국민의힘‧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총리실 산하에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하지만 지난 3월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서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설립이 거론되면서 서 의원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립이 묻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R&D가 여러 부처에 영향을 받다보니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져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범부처 위원회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로 포괄적으로 하더라도 “아마 중심은 제약이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답변이 나온 것은 서정숙 의원이 “지금도 바이오 제약 산업 육성이 약하고 약가 우대 등이 담보가 안돼 제약 산업들이 주춤하고 있다”며 “같이 묶어서 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좀 있다”고 질의했기 때문이다.
이미 윤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위한 법안은 마련이 됐는데, 보건복지부가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할 경우 서 의원 법안과 충돌하게 된다. 이 경우 보건복지위원장이 대안 입법으로 발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국회가 정확한 입법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두 법안이 상충돼 있어, 향후 조율되는 과정에서 업계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제약바이오 육성은 이전 대통령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많은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다가 윤 대통령까지 오게 됐다. 운 대통령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정확한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다보니 업계에서는 ‘과기부혁신본부’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라든가 ‘대통령실’로 가야 한다는 의견 또는 ‘국무조정실’로 배속되는 게 맞다는 등의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가 주축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별도로 기획재정부와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들이 회원사로 이루어진 협회가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접촉한다는 것은 바이오산업 유리한 쪽으로 재정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얘기다.
또 보건복지부의 법안처럼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를 설립할 경우 업계 불균형도 발생하게 된다. 디지털헬스케어(의료기기) 시장의 발전 속도가 신약 개발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성과우선주의인 정치권과 관료 입장에서 예산을 한쪽으로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국회는 향후 입법 방향에 따라 제약 산업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불균형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