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이재용 회장, 난공불락 일본 공략해 34조원 '5G 통신장비 시장'에 도전장
삼성전자, 에릭슨·노키아 등과 세계 '5G 시장 3국지' 야심 내비쳐
전 세계 5G 가입자 수, 지난해 10억명 넘어 2028년 50억명 이를 듯
삼성전자 KDDI 5G 단독모드 코어 솔루션 공급업체로 선정
NTT도코모와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도 체결해 일본 시장 공략 고삐
삼성전자, 인도 1·2위 통신사와 협력해 1조원 대 사업 확보
중국-인도 관계 악화로 삼성전자 인도 통신시장 공략 기회 많아져
이재용 회장, 글로벌 영업망 활용해 차세대 통신장비 시장 패러다임 이끌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근 통신 시장에서 6세대 이동통신(6G) 논의가 활발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5G)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지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6G는 2028~2030년경에야 상용화가 될 예정이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통신시장은 당분간 5G를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몸집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에릭슨·노키아가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 뒤를 삼성전자가 사업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며 이들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일본 1·2위 통신사에 이어 세계 4위 대형 사업자 인도 통신사에도 5G 통신장비를 공급하며 5G 통신장비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정부의 제재로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가 난항을 겪으며 세계 통신시장은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 중심의 5G 삼국지가 막을 오를 전망이다.
■ 성장하는 5G 통신장비 시장…화웨이·에릭슨·노키아 선두
‘2022년 5G·이동통신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G 가입자 수 추정치는 2022년 기준 10억명이다. 5G 가입자 수는 빠르게 증가해 오는 2028년에는 5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80억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이들이 5G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5G 가입자 수 증가에 따라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5G 장비시장은 급속히 커져 주요국의 5G 보급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2023년에는 259억9000달러(약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에릭슨·노키아 등 3사가 선두 자리를 다투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5G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28.7% △에릭슨 15% △노키아 14.9% △ZTE 10.5% △시스코 5.6% △삼성전자 3.1% 순이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이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을 제외한 세계시장 점유율을 따져봐도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약 20%, 화웨이는 약 18% 등 이들 3사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모습이다.
■ 도전장 내민 삼성전자, 일본·인도 기반으로 사업 영토 확장
화웨이·에릭슨·노키아의 영향력이 큰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서 언급한 시장 점유율만 보면 삼성전자가 세계 5G 시장 판도를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에 개의치 않고 차근차근 미국, 일본,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며 5G 통신장비 수주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5G 장비로 세심하게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 일본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일본 2위 통신사 KDDI의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당시 구체적인 수주액이나 공급 기간 등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24년까지 5년간 20억달러(약 2조3500억원)으로 예상했다.
KDDI의 5G 상용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한 삼성전자는 2020년 일본 5G 기지국을, 2021년에 가상화 기지국을 공급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최근 KDDI ‘5G 단독모드(Standalone, SA) 코어(Core)’ 솔루션 공급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코어 솔루션은 고도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품질 보장이 필수다. 이에 따라 코어 솔루션이 한번 도입되면 교체 주기가 오랫동안 이어진다. 이에 따라 신규 공급자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영역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따내 KDDI의 엔드-투-엔드(End-to-End) 네트워크 파트너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삼성전자는 KDDI 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8400만명에 이르는 일본 1위 통신사 NTT도코모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3월 NTT 도코모와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추가 협력을 통해 NTT 도코모가 보유한 주요 5G 주파수 대역별 기지국을 신규 공급하는 계약을 추가로 거머쥐었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밀집도가 높아 통신 서비스 품질과 기술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1·2위 통신사가 모두 삼성전자 5G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삼성전자 5G 기술이 화웨이·에릭슨·노키아 등 경쟁사 기술력만큼 기술 우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 1·2위 통신사에도 5G 통신장비를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인도 2위 통신업체 바티 에어텔(Bharti Airtel)과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바티 에어텔은 세계 4위 대형 사업자다. 이 업체는 전 세계 무선 가입자 약 4억9000만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17개국에 유무선 통신을 서비스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가입자 수만 11억명에 달하는 인도 1위 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에 5G 무선 접속망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인도 1·2위 통신업체와의 계약으로 삼성전자가 제공할 장비 물량은 총 1조원 내외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인도 진출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인도 5G 시장 성장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는 점도 있지만 중국과 인도와의 외교 관계도 주목할 만 하다. 중국과 인도 양국 외교 관계가 악화돼 업계 1위 화웨이는 사실상 인도 시장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인도 통신 업체들은 5G 장비 도입 과정에서 화웨이와 ZTE는 거래 대상에서 배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웨이에 미국 기업의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는 제재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진입하지 못한 미국과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5G 장비 시장 점유율이 늘려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5G 상용화를 이뤄 관련 기술력이 이미 입증된 상황”이라며 “이미 여러 국가에서 삼성전자 장비를 채택하고 있고 국제정세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 이재용 회장,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해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영향력 발휘
한편 삼성전자가 글로벌 5G 통신장비 업계 6위에서 1위를 위협할 만한 강자로 등장한 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공이 컸다. 이재용 회장은 5G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 시장을 동분서주하며 글로벌 협력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사업은 대부분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간 조건으로 체결한다. 또한 주요 기간망으로 사회 인프라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계약자 간 신뢰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이 점을 활용해 이 회장은 5G 네트워크 사업 확대를 위한 인적 기반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예컨대 이 회장은 2018~2019년 일본으로 직접 날아가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접견해 5G 네트워크 사업 확대를 논의했다. 그는 또 2021년 한일 관계가 최악에 치달은 악조건 속에서도 직접 일본을 방문해 NTT도코모와 장비 계약 수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20년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대 초대형 5G 장기 계약 체결에도 이 회장 손길이 닿았다. 이 회장은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에릭슨 CEO를 지내던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사업은 이 회장이 5G 기술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 연구개발조직’을 신설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기술력+네트워크 기반'의 혁신과 도전으로 글로벌 통신시장을 공략한다는 경영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5G 기술력과 사업자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장해 왔다”라며 “앞으로도 혁신과 도전을 통해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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