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이저 방식을 통한 '핵융합 실현'에서 획기적 성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태양 같은 항성에서는 거대한 질량 때문에 나타나는 초고압의 중력 가둠에 의해 갇혀진 수소끼리 수천만 도의 초고온에서 자연적으로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이들 수소원자는 중수소(Deuterium: 2H) 또는 삼중수소(Tritium: 3H)로 융합되고 이들을 다시 헬륨 원자로 융합시키는 연속적인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 핵융합, 수소 등을 플라즈마 상태에서 원자핵 융합을 통해 막대한 에너지 생성
그러나 지구에서는 태양과 같은 거대 질량을 얻을 수 없으므로 우선 반응조건이 가장 쉬운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반응을 이용하는 D-T 핵융합로 개발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 비해 에너지 생산량이 훨씬 많은데 이론적으로 약 1kg의 핵융합 연료는 1만톤의 화석연료와 맞먹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핵융합은 온실가스나 방사성 폐기물 같은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 태양과 같은 중력 이용이 불가능하므로 인공 핵융합에는 자기장 또는 관성을 이용
핵융합 반응을 위해서 중력을 사용할 경우 달 정도의 질량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인공적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을 이온화시켜 초고온 상태에서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가두어야 하는데 자기장과 관성을 이용한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자기장 가둠 방식은 전자석을 사용하여 자기장을 그릇 형태로 만들어 전기를 띤 플라즈마 입자들을 그 안에 가두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나 국제핵융합시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ITER)의 이른바 토카막(Tokamak: 자기장 방이라는 러시아 용어)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관성 가둠 방식은 이번에 미국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방식인데 강력한 출력의 레이저 빔을 구슬 모양의 핵연료 표적에 때려 초고밀도로 100억분의 1초보다 짧은 시간에 압축시켜 이때 얻은 초고온/초고압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 세계 기록을 낸 우리나라, 독자 기술력 인정받아 ITER에 참여 중
2019년 2월 13일 KSTAR는 세계 최초로 이온 온도 1억도(9 kev) 이상을 유지한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1.5초 동안 실현했다.
또한 중성입자빔가열장치 2호기를 활용해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세계 최초로 10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어서 2021년 11월 22일에는 이온 온도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 기록을 경신했다.
한편 중국은 2021년 상반기에 1.2억도의 플라즈마 상태를 101초 동안 유지한 데 이어 금년 1월 31일 7000만도 가까운 온도로 플라즈마를 1056초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데 전자 온도만을 가열시켰을 뿐 이온 온도는 훨씬 낮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전자 온도를 초고온 상태로 30분 이상 유지한 곳은 프랑스를 비롯하여 여러 곳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러시아, EU, 중국, 인도 및 일본이 공동으로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인근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ITER에 공동 참여국으로 초청받아 선진국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ITER 사업에는 총 약 200억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EU분담 45.46%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나머지 6개국이 균등하게 9.09%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우리나라 분담액은 약 18.18억 달러(약 2조 3800억 원)로 추정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2007년부터 2021년까지 3차에 걸친 핵융합에너지 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추진해 왔으며 현재는 금년부터 2026년까지의 4차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미국 국립점화시설(NIF), 12월 초 레이저 방식 핵융합 성공
지난 13일 미국은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핵융합 연구시설인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들어 있는 지우개 크기의 실린더에 192개 레이저가 쪼여 투입된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다고 공표했다.
이는 투입된 에너지보다 얻어낸 에너지가 더 많아 획기적 성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상용화에는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사용된 레이저장비가 상업용으로 쓰이기에는 너무 대형이고 고비용일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10회 정도 사용되는데 상업용으로 쓰이려면 초당 10회 정도로 빨리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NIF 시설은 한 번에 한 건의 핵융합 반응만 가능한 반면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하며 전력 전환 기술 등도 개발되어야 한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레이저 방식이 현재 우리의 KSTAR 및 ITER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추진하는 자기장 방식의 토카막과 경쟁하여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ITER에 사용되는 자석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추진일정을 지연시키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아무쪼록 우리의 KSTAR나 우리가 참여하는 ITER도 성과를 올려 인류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