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82)]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⑦ ‘여름철 스쿠바다이빙과 소라와 장염’ 2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2.11.15 17:21 ㅣ 수정 : 2022.11.15 17:21

거문도 '장염 사건' 이후 여름철엔 조개류를 손도 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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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 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고 숙소 주인은 바다에서 갓 잡아온 신선한 해물로 반찬을 만들어서 저녁식사를 제공했다. 실습 다이빙도 무사히 마쳤고(아직 2회를 더 해야 하지만) 저녁식사도 잘했고, 이제는 내일의 다이빙 일정을 위해서 휴식(잠자는 것)만 남았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교관이 우리에게 “저녁 식사 전에 바닷가에서 굴과 큰 소라를 몇 개 주어 왔는데, 식사 후에 안주 삼아서 소주 한잔 하시지요”라고 했고 우리는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한편, 당시 필자는 여름철에 소라나 조개 종류를 먹는 것에 대해서 지극히 민감한 편이었다.

 

불과 1년 전 여름, 운동 후에 동료들과 횟집에서 생선회와 조개국을 먹었는데 그 다음날 장염으로 엄청나게 고생을 해서 여름철에 조개 종류를 먹는 것은 지극히 삼가하고 있던 터였다(장염의 범인은 ‘조개국’이었다고 추측했었다).

 

필자는 그런 경험을 얘기하며 교관에게 여름철인데 소라를 먹어도 될까 했더니 자기는 그동안 여수에서 살면서 여름에 소라나 조개를 먹었는데도 이상 없었다고 하며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한다.

 

그래서 잠시 후에 삶은 소라를 안주 삼아서 소주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웠고, 적당히 마신 후에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사실 삶은 소라를 먹을 때부터 뭔가 식감이 좋지는 않았다). 잠이 든지 얼마나 되었을까, 갑자기 배속이 살살 아프더니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에 잠이 깼다. 그때가 24:00 정도였다. 잠든지 두어 시간 만에 깬 것이다. 그리고는 화장실에 갔는데...

 

이때부터 복통과 구토, 설사가 지속되었다. 필자는 육군 선배 장교와 같은 방을 사용했고, 두어번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 선배 장교를 깨웠다. “김대령님! 제가 속이 너무 안좋은데 선배님은 괜찮으세요?”, “네. 나는 괜찮아요.” 이 선배 장교는 지금도 가끔 만나서 운동도 하고 점심도 같이 하는데 후배 장교에게 늘 경어를 사용한다.

 

선배 장교는 필자에게 “상태가 어떠세요?”라고 묻는다. 상태를 얘기했더니 “혹시 저녁에 먹은 소라가 안좋은가?” 하면서 본인은 혹시 몰라서 소라를 안먹었다고 하며 “내가 알기로는 소라나 굴 종류는 수온이 높아지면 독성이 생기기 때문에 더운 여름철, 즉 영어로 R이 안들어가는 달인 May, June, July, August에는 조개류에 독성이 생겨서 가급적 안먹는다고 한다.

 

R이 들어가는 March, April, September 등에는 먹어도 된다고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과학적인 설명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상황에서는 그 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렸다(이후 필자는 더운 계절에는 굴이나 조개 종류를 절대 안먹는다). 아무튼 그런 고통스러운 증세가 계속되면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데, 옆방에서 자고 있던 공군 후배 장교가 문을 두드린다. “선배님은 괜찮으세요?”, “너도?”. 두 공군 장교가 저녁 식사 후에 소라를 먹은 것이 탈이 되어서 그런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복통과 구토가 계속되면서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추위를 느꼈다. 그래서 선배 장교에게 부탁해서 에어컨을 끄고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잤다. 두명이 복통에 시달리다보니 교관도 당황했던 것 같고, 아마도 숙소 주인을 깨워서 비상약을 달라고 했던 것 같다. 무슨 약인지도 모른체 약을 먹고는 다시 누웠는데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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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체육 시간에 남산을 올라가면서. 검열이 없을 때는 전투체육 시간에 검열관들과 남산에 자주 올랐다. [사진=최환종]

 

날이 밝자 숙소 주인이 섬에 있는 ‘보건소’로 가자고 한다. 자동차로는 거리가 머니 배를 타고 가자고 해서 ‘공군 대령 2명’은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나란히 숙소 주인의 배에 ‘실려서’ 거문도 보건소로 갔다. 원래 계획은 오늘 2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시간이 되면 거문도를 한바퀴 돌아보고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장염’ 때문에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보건소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자 젊은 의사가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공중보건의라고 한다. 진료 결과 ‘장염’이라고 하면서 약을 처방해준다. 어제는 모두들 기운차게 왔는데 하루밤 사이에 두명이 환자가 되어서 보건소 신세를 지다니, 그것도 거문도까지 와서. 두 공군 대령은 서로 쳐다보며 맥없이 웃었다.

 

섬의 보건소라 그런지 약값은 정말 저렴했다. 두 사람의 진료비, 약값 모두 합해서 2000~3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는 힘없이 웃으면서 후배에게 “진료비와 약값은 내가 모두 냈어. 나중에 커피 한잔 사게. ㅎㅎ”, “얼마인데요?”, “엄청 비싸! 3000원! ㅎㅎ”. 두사람 모두 기운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웃으면서 기운을 내야지...

 

다시 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서울로 복귀할 준비를 했다. 건강한 다른 두명에게는 미안하지만 필자나 후배의 몸상태로는 도저히 다이빙이나 거문도 탐방을 할 조건이 안되었다. 다시 여객선을 타고 고흥으로 와서는 어제 항구에 주차시켜 놓았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필자와 후배는 혹시나 화장실에 가야 할 ‘긴급 상황’이 발생할까봐 전전긍긍했다.

 

한두번의 ‘긴급 상황’을 무사히 넘긴 우리는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보건소에서 처방해 준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집에 도착한 이후로는 복통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는 계속 긴장하고 있었고, 출근해서 부대 의무실에서 추가 처방을 받고는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거문도에서의 ‘장염’ 사건 이후 필자는 여름철 음식점에서 조개 종류를 볼 때마다 그때의 고통이 생각나면서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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