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정치' 거부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제2의 노풍' 만들까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 지사는 취임 이래 여야간 정치공방에 관여한 적이 없다. 대신에 정책행보를 강조해왔다. 경기도 국감에서도 전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고 "경기도 정책에 대해 질문하라"고 수 차례 맞섰다. 이처럼 경제전문가로서 '정책행보'를 강조하면서 '갈등의 정치'를 거부하는 태도가 민심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김동연, 17개 광역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당선 득표율보다 지지율 상승
우선 리얼미터가 실시한 지난 8월과 9월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지지확대지수 조사에서 두 달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지확대지수는 지방선거 당선 득표율 대비 현재 지지도의 증감을 나타내는 지수이다. 지지확대지수가 100을 넘기면 당선득표율보다 지지율이 늘어난 것이고, 100에 미달되면 지지율이 줄어든 것이다. 김 지사는 9월 112.6점, 8월 117.1점을 얻었다. 유일하게 두 달 연속 100점을 상회한 광역지자체장이다. 9월 전국 광역단체장 지지 확대지수의 평균은 84점에 불과하다.
■ 야권 차기 주자 중 유일하게 김동연만 상승세 / 복수응답 가능한 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과 김동연 격차는 1.4%에 불과 / 차기 주자 10인 중 '비호감도' 가장 낮아
김동연의 지지율 상승은 광역지자체장 조사에 그치는 게 아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유의미한 수준이다. 리서치뷰가 지난 10월 조사한 진영별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보면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전체 응답자 대상 조사에서 이재명의 적합도는 39%로 지난 9월 조사결과 대비 4%p가 떨어졌다. 이낙연은 교착상태이다. 김동연만 2% 상승한 8%로 범진보 진영에서 유일하게 적합도가 상승했다.
진보층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재명(64%)이 6%p 하락했으며 이낙연(14%)과 김동연(7%)이 각각 3%p와 5%p 상승했다.
해당 조사결과에서 이재명과 김동연의 적합도 차이는 크지만, 등락 추세만 놓고 보면 진보층 지지자 중 이탈표가 나오면우 이낙연과 김동연이 흡수하는 구도이다.
이는 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실시한 10월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이재명의 선호도는 41.3%이며 이낙연이 12.5%, 김동연은 8.8%다. 리서치뷰 조사보다 이낙연과 김동연 간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범야권의 차기 대선주자에서 압도적 강자인 이재명과 이낙연·김동연 간의 '1강 2중 구도'가 나타난다.
특히 주목할 여론조사는 지난 달 14~16일 케이스탯리서치가 주간조선 의뢰로 차기 대선주자 10인(여당 소속 6명, 야당 소속 4명)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다. 해당 조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지지층의 차기 대선주자 호감도는 이재명이 8.3%로 가장 낮았으며 유승민이 27.5%, 김동연 28.6%, 이낙연이 35.0%를 기록했다.
통상 윤석열 지지층과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이 일치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유승민과 김동연, 이낙연이 범보수 세력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전체 호감도 조사(중복응답 가능)에서 김동연은 39.8%로 4위를 차지했다. 1위인 홍준표(47.8%), 2위 오세훈(47.1%)과 10%p 차이를 보였다. 3위인 이재명(41.2%)과는 1.4% 포인트 격차에 불과하다. 오차범위 내이다.
무엇보다 호감도가 아닌 비호감도 조사에서 김동연이 차기 주자 10인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안철수 60.8%, 이재명 56.4%, 이낙연 53.1% 등으로 상단을 차지했다. 김동연은 37.7%로 가장 낮은 비호감도를 보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주간조선 조사에서 드러난 특징은 김동연이 '대안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 한 명의 선호주자를 묻는 조사에서 이재명과 김동연의 지지율 격차는 30% 포인트 안팎이지만 복수응답이 가능한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1% 포인트 안팎으로 줄어들고 있다. 둘째, 김동연은 이재명, 이낙연등과 같은 경쟁자에 비해 비호감도가 18% 포인트 정도 낮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지지율 구도는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부동표가 늘어날 경우, 김동연이 그 부동표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 경기도 관계자 "탈정쟁과 민생정책 행보에 대한 진성성이 김 지사의 특징"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의 지지율 상승 및 낮은 비호감도에 대해 “그간 김 지사의 정책들은 결국 민생으로 귀결됐는데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도민들의 니즈에 맞게 정책들이 펼쳐지는 것 등이 좋은 평가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이냐 야당이냐와 같은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작금의 경제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민생에 효과적인 정책을 구축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취임이래 일관되게 민생정책에 집중하는 진정성이 김 지사만의 특징같다”면서 “ 이러한 진정성이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정치인은 당선 전과 이후의 공약이 달라질 때가 많은데 김 지사는 취임 이전부터 현재까지 일관된 것이 도민들의 평가로 이어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 '탈권위 정치'에 열광한 2030네티즌, 2002년 '노풍' 만들어... '정치 양극화' 혐오하는 30% 부동층, '제2의 노풍' 만들 가능성 있어
현재 한국정치가 당면한 최대 문제점은 '정치의 양극화'이다. "친한 친구끼리도 정치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예의"라는 말이 상식이 될 정도 극단적 대립 상태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상대방의 약점과 비리의혹 공격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민생정치'는 실종되고,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비타협적 정쟁만이 존재한다. 내년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한국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치권은 변화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동연 지사는 중앙정치 경험이 없지만 이 같은 '갈등의 정치'를 거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30%,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40% 정도로 추정된다. 30% 정도는 중도층이라고 볼 수 있다. 중도층을 중심으로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민심은 높아질 전망이다. 그럴 경우 '갈등의 정치'를 거부해온 김동연 지사가 '대안 정치인' 중의 한 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대선주자 7명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노무현은 2030네티즌을 중심으로 '노풍'을 불러일으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원동력은 '탈권위 정치'였다. 네티즌들은 노무현의 탈권위에 열광했다. 즉 '노풍'은 시대정신의 산물이었다.
마찬가지로 '정치 양극화' 해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시대정신이다. 어떤 정치인이 '정치 양극화'와의 대결에서 승리, 유의미한 '정책 성과'를 거둔다면 '제2의 노풍'과 같은 현상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