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총 3분의 1 날아간 삼성전자…전문가들은 여전히 “살 만하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3분의 1 가까이 증발했다.
경기 우려에 따른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TSMC의 글로벌 매출 1위 탈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속적인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종료된다면 추세적인 상승 전환이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12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초 469조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시총은 지난달 말 기준 316조원 수준으로 3개 분기 동안 약 152조원(3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초 2575조원이었던 코스피 전체 시총이 같은 기간 24.6% 줄어 1942조원까지 내려선 것보다 더 높은 하락률이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산업 관련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미 상무부는 중국에 대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포함한 수출 통제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특정 수준 이상의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중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을 적용해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것이다.
지난 11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중국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 한국·일본·대만 등 글로벌 반도체 부문의 시가총액은 2400억달러(약 344조2800억원)가 증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4%와 1.10% 내렸고, 대만 TSMC는 8.33% 대폭락했다.
또 TSMC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 3분기 6131억4300만대만달러(약 2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DS부문 매출에 대해 TSMC보다 적은 24조~25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최근의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전일까지 총 6거래일 연속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에 지난달 29일 49.24%까지 내려섰던 외국인 지분율도 전일 기준 49.46%까지 올라섰다.
이처럼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데에는 저평가에 따른 매수 유입과 향후 주가 반등 기대감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시장 침체기에서 삼성전자의 다변화된 사업구조와 양호한 원가구조 확보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수익성이 전망된다”며 “올해 메모리 시장 침체기가 직전의 침체기와 비교할 때 공급 축소 관점에서는 우호적 영업환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내년 경기침체를 우려한 고객사들의 보수적인 부품 재고정책과 팬데믹 이후 IT 내구재의 급격한 수요감소 영향으로 현재 반도체 업황이 과거 흐름과 다르게 급속하게 둔화되고 있다”며 “향후 고객사의 재고감소 여부가 내년 메모리 산업 회복의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도 낮을 것으로 예측됐던 내년 생산 증가율은 업계의 CAPEX(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지출한 비용)가 올해 대비 20~30% 감소할 전망인 데다가, 대부분의 업체들이 간접적인 감산 활동에 들어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면 올해 2분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재고 축소에 진입한 고객들은 약 9~12개월 후인 내년 2분기 중부터 다시 재고 축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중에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 종료된다면 경기 선행지표들의 반등과 여기에 동행하는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배수 회복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반면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가 역사적 최저가까지 하락한다 해도 최대 하락 리스크는 전저점 대비 12% 수준인 만큼, 삼성전자에 대해 향후 주가 조정 시마다 저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