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77)]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검열관 ② 소문과 달랐던 업무방식, 피검열 부대의 전투력 향상에 초점 맞춰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9.13 18:27 ㅣ 수정 : 2022.09.13 18:27
검열단의 막내 격인 중령, 피검열 부대 폐 끼치지 않으려 '전투식량' 챙겨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늘 그렇지만 서해 5개 도서 지역으로 헬기를 이용하여 이동할 때는 은근히 촉각이 곤두선다. 특히 바다의 파도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헬기가 저고도 비행을 하게 되면 더욱 그러했다.
필자가 포대장, 대대장 직책을 수행할 때의 임무가 ‘적 항공기 방어’ 임무였기 때문에 아마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했을 것이다. 즉, 천안함 폭침 때나 연평도 포격 도발 때와 같이 북측에서 무경고하에 지대공 미사일로 도발할 경우에 속도가 느린 헬기로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무슨 쓸데없는 얘기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전방 지역(특히 서해 5개 도서 지역)으로 헬기를 이용하여 출장(검열)을 갈 경우에는 ‘만일에 대비’해서 날이 날카롭게 선 ‘맥가이버 칼’을 늘 소지하고 다녔다. 물론 헬기 안에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Survival kit(비상시에 대비한 생존 키트로서 고무보트, 의약품, 비상식량 등이 들어있다)가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늘 날카로운 주머니칼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주머니칼로 뭘 할 수 있느냐고? 그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본 사람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검열단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헬기를 이용한 출장이 상당히 많았다. 헬기 탑승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공군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언젠가 언급했었지만, 헬기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은 상당히 불편하다. 물론 장거리를 단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지 비행시간이 너무 길면 차라리 버스로 다녀오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이 있었다.
아무튼 첫 검열은 서해 5개 도서 지역의 작은 부대였고, 도착 후 각 검열관들은 임무를 분담하여 분야별 전투준비태세 검열을 실시했다. 여기서 당시 검열단의 검열 방향(또는 분위기)에 대해서 잠시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가 검열관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소문으로 들어왔던 검열단은 ‘검열관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라던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소문이 많았다.
흔히들 국방부(또는 합참) 검열단이 불시 검열에 나섰다고 하면 많은 부대가 긴장했던 것은 사실이다. 긴장했던 배경에는 위와 같은 그런 풍문이 있었기 때문인데, 필자의 경우에는 방포사 예하 포대 또는 대대에서 근무하면서 방포사 감찰실의 그러한 행태를 보아 왔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방포사 감찰실도 그러한데, 국방부 검열단은 오죽하겠는가 하는).
필자가 유도탄 포대장, 대대장 임무를 수행할 때, 방포사에서 불시 감찰이 나온다고 하면 모두들 긴장했던 것이 다름아닌 방포사 감찰실의 ‘절대적인 권한 행사’ 때문이었는데, 당시 감찰실 장교들의 감찰 행태를 보면 100% 완벽을 요구하였고, 감찰장교 자신이 마치 완전무결한 신적(神的) 존재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계도 어느 정도의 오차가 있는데, 사람이 어떻게 100% 완벽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가. 아무튼 꽤 오래전의 방포사 감찰실은 그런 식으로 업무를 했다.
그러나 필자가 2~3회의 검열을 마친 후 느낀 당시의 검열단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열을 통하여 어떻게 하면 피검열 부대의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피검열 부대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는가’로 요약이 되는데, 당시 검열단은 피검열 부대의 전비태세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이에 따라 요구되는 보완사항은 무엇인지, 전비태세 관련 예규나 작계에 수정 소요는 없는지, 국방부 차원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검열을 진행했다.
물론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은 지켰지만 피검열 부대의 전투력 향상을 이끄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자세로 검열을 하였다.
한편, 첫 불시검열에 참가한 검열단 장교 중에 막내 격인 모(某) 중령이 헬기에 탑승할 때 별도의 배낭을 가지고 가길래 그게 뭔가 하고 물어보니 전투식량이라고 한다. ‘왠 전투식량인가?’라고 물었는데, 그 대답이 정말 군인다웠다. “큰 부대로 검열을 가면 해당 부대에서 식사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작은 부대나 원거리에 위치한 부대로 검열을 가면 시간상 검열관들의 식사가 여의치 않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검열 부대에 폐를 끼칠 수 있으니 이런 경우에는 늘 전투식량을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이 대답을 듣고 필자는 검열단이야말로 진정 피검열 부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존중하는 ‘전투부대’라고 생각하며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꼈다.
첫 불시검열을 마치고 복귀한 필자는 검열보고서 작성을 마치고는 최근 2~3년 간의 검열결과 보고서를 보면서 검열 방향과 내용, 후속 조치는 어떻게 했는지 등등을 연구했다. 내용 중에는 전체 검열관을 대상으로 각 병과 업무에 관한 특별교육을 실시한 기록이 가끔 있었고, 특별교육 교관은 해당 병과 검열관이 담당했다. 아무리 고참 대령이라도 소속 군이 다르고 병과가 다르면 타군과 타 병과의 업무는 사실상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검열관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업무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러한 검열단 자체 교육제도는 필요한 것이리라 생각했고, 필자는 첫 불시검열 결과 보고서에 ‘방공작전 및 전구 유도탄 작전(TMD, Theater Missile Defense, 간략히 ’탄도탄 방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에 대해서 필자가 검열단 자체 교육을 실시하겠으니 승인을 건의한다고 추가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