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상자산 제도화 시동...첫 화두는 ‘규제’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가상자산 업법권 제정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법제화 논의에 착수했다. 민간 부문까지 참여한 첫 논의에서 다뤄진 주제는 규율과 규제였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관계부처·기관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에 출범한 TF는 범정부 차원의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사실상 업법권 제정을 앞둔 공론화 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TF는 금융위를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디지털자산과 관련 정부 부처·공공기관으로 구성됐다. 학계와 연구기관, 법조계 전문가도 민간위원으로 논의에 참여한다.
금융위는 TF 운영을 통해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권리관계 및 디지털자산 관련 범죄 대응방안, ▲디지털자산과 금융안정 및 CBDC‧과세 이슈, ▲디지털자산의 발행‧유통시장 규율체계, ▲블록체인 산업진흥에 대해 종합 검토할 계획이다.
첫 회의 핵심은 ‘규제’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디지털자산 관련 글로벌 규제동향을 살펴보고 디지털자산 규율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과거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에 따라 출현한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 및 권리관계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하는 한편, 디지털자산 관련 범죄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전통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과의 연계성 확대, 디지털자산의 지급결제수단으로의 활용사례 증가 등에 따라, 디지털자산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대응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자산 규제 관련 미국‧EU 등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의 국제논의동향도 지속 모니터링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글로벌 규제 정합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지난 6월 초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과 해외 입법 동향을 비교·분석하는 연구용역을 마무리한 상태다. 6월 말에는 글로벌 규제 동향 파악을 위해 관계부처 등과 합동으로 미 재무부, 법무부, 연방준비이사회(Fed),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방문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디지털자산 관련 글로벌 규제 동향과 관련해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취급 증가 등으로 디지털자산이 금융 안정성에 실질적인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제적으로 금융부문의 건전성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급성장한 스테이블코인의 통화‧금융안정성, 이용자보호, 금융범죄 및 사이버 위험 등의 위험요소에 대해 발행인 규제, 공시 규제, 준비자산 요건 강화 등 규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중앙화 금융시장인 디파이(DeFi)에 대해서도 주요 국제기구(FSB, BIS 등)에서 규제 강화 및 국제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개별국가 차원에서 DeFi에 대한 규제체계 확립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월1회 TF를 개최하고 세부 쟁점 등은 실무자 중심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해 주요 이슈별로 금융소비자 보호‧금융안정과 새로운 기술・산업 육성 간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규제 마련 외에도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자산 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정책수립, 보안강화, 전문인력 양성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키로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상자산 업권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국회에 계류된 13개 법안 외에 내부적으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모두 13개(가상자산업법 제정안 7건·전금법 개정안 4건·특금법 개정안 2건)다.
이번 기본법 제정에 앞서 금융당국은 증권성 여부를 따져 규제대상을 분리할 방침이다. 증권형 가상자산에 대해선 ‘자본시장법’ 규율체계로, 비증권형 가상자산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규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규제 수준 뿐 아니라 적용 대상이 될 증권성 분류 기준 마련도 업권법 제정 과정에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증권형으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을 적용해도 가상자산 거래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형으로 분류 될 경우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체제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없어 시장 변화가 불가피하다.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증권형 토큰을 기업공개(IPO)와 동일시할 경우 업비트, 빗썸 등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증권형 가상자산을 중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금융위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나눌 기준 마련을 위해 ‘증권형 토큰 규율 체계 검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분류 기준 마련을 위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사례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