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시그널 18일 FOMC 회의록 분수령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5% 오른 것으로 나타나자 뉴욕증시를 비롯해 전세계 증시가 일제히 반등에 나섰다. 8.5% 증가율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6월 CPI 증가율이 41년만에 최대치였던 9.1%를 찍은 직후여서 8.5%라는 숫자가 주는 착시효과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이 6월을 기점으로 사실상 정점을 지나 주춤하기 시작했다며 두 차례에 걸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무지막지한 금리인상 스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향후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인플레이션 정점론의 허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그동안 세계 증시를 짓눌렀던 공포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개월 연속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하면서 물가상상을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였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5월과 6월 미국 CPI 증가율이 잇달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자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와 증시가 패닉에 빠지는 연쇄적인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7월 CPI 증가율이 직전 6월의 9.1% 증가율에 훨씬 못미치는 8.5%를 기록하자 시장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던 6월과 비교해 앞자리 숫자가 달라졌고 시장이 예상했던 8.7% 증가율보다 더 떨어진 것은 인플레 공포가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두 차례에 걸친 자이언트 스텝에도 불구하고 통화긴축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었다.
7월 CPI 증가율이 발표되기 전만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이 다시 한번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75% 이상 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지금은 0.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해서 연준은 아직 속도조절과 관련한 분명한 시그널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7월 CPI증가율과 관계없이 물가 상승률이 확실히 떨어질때까지 통화긴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연준 인사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7월 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물가 상승이 다소 둔화하는 조짐인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대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에 있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연준이 보여준 행보에 따르면 7월 CPI 증가율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주춤했다고 해서 기존의 정책을 뒤집고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더 많은 증거들이 나와야 속도조절을 생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주 줄줄이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가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16일(현지시간)에는 7월 신규주택착공 허가건수와 7월 산업생산 및 설비가동률 지표가 발표된다. 18일(현지시간)에는 신규실업보험 청구자수와 7월 기존주택판매와 경기선행지수가 각각 발표된다.
여기서 7월 CPI 증가율만큼 유의미한 지표가 발표된다면 연준의 스탠스도 달라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의 속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한국시간 18일 새벽3시 공개될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다.
연준이 계속 매파적 통화긴축 움직임을 보일지, 아니면 다소 유화된 방향으로 틀지는 회의록에 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