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시중은행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수익 부담 불구 안정성 확보 기대"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대형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대출 상품에 대한 금리 인하 조치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일괄적으로 인하한데 이어 하나은행도 7%대 대출 상품에 대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11일부터 실행되는 고금리 개인사업자 및 서민금융 지원 대출에 대해 연 7%가 초과하는 금리가 적용될 경우 최대 1%포인트(p)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 고객의 대출 금리가 기한연장 시점에 대출 금리가 연 8%로 산출 시에는 연 1%p가 지원된 7%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개인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신청 고객에게도 최대 연 1%p의 금리를 인하해 운영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번 선제적인 금리 지원책 추진 배경으로 “연이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부터 취약 차주들을 보호하고, 대출이자 상환 부담을 줄여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연 5%를 초과하는 주담대 고객 금리를 일괄 감면하는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연 5%가 넘는 이자를 내는 주담대 고객 금리가 1년간 연 5%로 감면된다. 예로 현재 연 5.6% 금리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은 연 5% 금리만 부담하고 나머지 연 0.6%에 대해선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금감원과 함께 추진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신청 고객에 대해서도 연 0.2%의 우대금리를 1년간 지원하고 새희망홀씨 신규 금리도 연 0.5%p 인하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하는 경우는 있지만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신용도 등 별다른 평가 없이 금리를 일괄적으로 인하해주는 주는 것은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조치다.
다른 대형 은행들도 감면 폭과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주담대 등 주요 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이달 초부터 신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각각 0.1%p, 0.2%p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고신용자 1~8등급에게만 적용하던 가감조정 금리를 고신용자 9~10등급에도 확대 적용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연 0.35~0.36%p, 변동금리 중 금융채연동금리(6개월) 상품의 금리를 연 0.3%p씩 내렸다. 전세대출 상품도 일반전세와 청년전세 금리를 연 0.41%p, 연 0.32%p 내렸다.
대형 시중은행의 이 같은 금리 인하책은 최근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익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듭되는 금리 인상 흐름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달 연 7%를 뚫었다.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예대마진율이 높아지면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에 약 9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합리적인 금리 산정을 주문하는 등 이자 수익 적정성을 문제 삼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진행한 17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도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추진하는 등 금리 인상 효과로 은행이 수익을 거두는 구조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의 금리 압박을 받는 은행권의 대출 금리 인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 같은 금리 압박은 수익성면에서 은행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건전성 차원에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대출자가 연쇄적 장기 연체에 빠지기 전에 은행 스스로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향후 높아질 수 있는 금융 안정 위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대출자에 대한 감면 폭은 크지 않으나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대출자의 연체 증가가 본격화될 경우 대상이 확대 및 감면 폭 확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사실상 금융위기를 극복할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은행 손익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 손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