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차도 'SW 인재난' 시달리고 중소기업은 '양극화' 호소
4차산업혁명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에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밥그릇 지키기에 몰두하고 정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로 인력공급 부족 사태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손잡고 일자리 메가 트랜드를 거부하면서 청년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는 기현상이다. 뉴스투데이가 그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기업들은 앞으로 5년 간 디지털 인재 100만명이 필요한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소프트웨어(SW)는 정보기술(IT) 영역을 넘어 전산업의 필수 경쟁력이 됐다. 과거 SW개발자는 IT나 SW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현재에는 IT기업들뿐만 아니라 금융, 유통, 교육 등 전통적인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SW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의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직무는 대부분 SW 부문이다. SW능력이 경쟁력과 스팩이 되는 SW중심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모든 회사들이 SW인재를 필요로 하면서 SW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것은 당연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기업도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SW 인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당근‧토스)를 포함한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고액연봉으로 SW인재를 싹쓸이 채용해버려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초일류 기업도 SW인재난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도 부족하고 네임밸류도 낮은 중소벤처기업들의 경우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SW산업협회 등 SW단체가 '100만 SW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정부 또한 SW 인력 수요가 애초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기업과 정부, 대학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중소기업, 70.4%가 SW기술 확보 수준 낮아 / 10곳 중 6곳 이상은 SW분야 인력수급에 어려움 호소
국내 SW인력은 2020년 기준 약 17만 명으로 추정된다. 올해만 해도 신규로 필요한 SW인력은 6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에 반해 2015년에서 2019년을 기준으로 매년 배출된 SW인력은 평균 3만3000명 안팎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만 7000명 수준의 SW인력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SW인력 부족 문제는 특히 중소기업과 자동차 기업 내에서 극심하다. 기업에서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상당수가 SW기술 확보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SW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0.4%가 SW기술 확보 수준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과 취업예정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벤처기업 소프트웨어 인력 시장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10곳 중 6곳 이상은 SW분야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 300곳 중 63%는 SW분야 인력수급에 대해 '어려운 편'이라고 답했다. 이 중 '매우 어렵다'는 응답은 19.7%, '어려운 편'이라는 답변은 43.4%였다.
중소기업들 또한 SW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느끼고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가능하다면 평균 2명 이상의 SW인력을 채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내년과 내후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채용을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수한 SW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중소기업 또한 경쟁력 있는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인력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 자동차 SW기반 부품, 7%에서 2030년 30%로 증가... 인력 전환 및 전문 인력 양성 필요 / 글로벌 차량용 SW인력 격차 심각, 미국은 2만3000명 VS. 한국은 1000명
대기업이라도 자동차 분야에서는 양질의 SW개발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대표기관인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은 미래차 전환에 따라 엔진, 구동장치 중심에서 전장, SW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내연기관차 인력은 감소하고 미래차 인력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자연은 5월8일 '미채차 산업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고 "현재 7% 수준인 SW기반 부품이 2030년 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연기관 기업 및 관련 부품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으로,일자리변화에 대비한 기존 인력 재교육을 통한 인력 전환 및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 자동차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국내 SW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13일 '제 16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인재양성 체제 확신도 시급하다. 데이터, 모빌리티 소프트웨어(SW) 전문가, 수소나 모터관련 기술인 등의 인재 양성이 확대돼야 한다"며 "차량용 SW 인력 보유는 한국이 1000명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2만3000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국보다 23배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 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업계 미팅과 고용보험 통계 등을 토대로 순수 차량 SW직무를 하는 인력을 추산하면 국내에 채 1000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같은 국내 주요 자동차 기업에서 또한 SW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 SW 인력 부족은 정부의 '수도권정비계획법', 대학의 '강의 중심 교육체계'가 가장 큰 원인
이처럼 SW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중소기업과 자동차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원인은 정부와 대학의 운영 방식에 있다. SW관련 학과의 정원은 현재 2만명으로 SW인재의 수요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학과 정원을 조정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비전공자가 SW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도 적다.
게다가 CS기초 역량 부실, 현업 기술 경험 부족 등으로 졸업생 역량이 기업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지적된다. 이민석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 교수)는 지난 5월18일 IT서비스학회 2022년도 춘계학술대회에서 "현장 친화적이지 않은 학교의 커리큘럼이 문제"라면서 "학습 중심이 아닌 강의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코드를 학교 과제나 프로젝트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에서는 SW를 전공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3개월 정도의 재교육 시간이 필요해 당장 인력을 실무에 투입 수 없다. 강의 중심의 교육으로인해 실무에 투입되기 어려운 인력을 기업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SW인재가 부족한 기업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SW인재 양성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대학은 경험 중심으로 교육체계 개편하고 기업은 시대 변화에 대응해 교육 및 재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등 정부와 기업, 대학 간 SW인력 공급을 위한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