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스피 3000시대’ 허상 아니었다...주식시장, 생기必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06.10 10:47 ㅣ 수정 : 2022.06.13 18:46

GDP 비중 큰 대장주가 관건...삼성전자·현대차 등 주가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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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이렇게 좋은 시장이 올 줄 몰랐는데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코스피 3000까지 간다는 얘기 들었을 때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코스피 3000시대 격하게 환영한다"

 

지난해 직장인 투자자 A씨는 이 같은 코스피3000시대 돌파 소감을 SNS 투자자모임에 글을 올렸다.

 

한국은 코스피 3000시대를 맛봤다. 지난해 1월 7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3000선을 넘었고, 같은 해 6월 28일에는 3300선을 돌파했다. 65년 한국 증권시장 역사상 최초로 ‘천장을 찍었다’는 분석과 함께 시장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올해 들어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코스피 3000을 이끈 건 ‘동학개미’의 힘이 컸다.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가 1457.74까지 뭉개진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맹활약한 덕이다. 당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란 표현도 옛말이 돼버릴 만큼 상승률은 독보적이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이후, 말 그대로 활황 속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주식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일도 허다했다. 치맛바람 타고 아이들의 용돈·세뱃돈은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주는 게 투자트렌드로 변모했다.

 

물론 위험신호도 포착됐다. 개인들의 투자액 상당 부분이 ‘빚’을 떠안았다. 빚투개미(빚내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투자)도 치솟았다. 줌마 버핏(기혼 여성과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을 합친 신조어) 전성시대기도 했다. 

 

하지만 빚투·영끌도 저물었다. 주식시장에서 과속·과열 경고음은 지난해에서 멎었고 개인투자자들로 활발해진 시장은 찬물이 끼얹어졌다.

 

지난 5월 12일에는 코스피가 종가 기준 2,550.08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일까.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며 비관론이 우세했다. 한동안 취재원을 만나면 시장이 "심각하네요", "망했네요" 소리 듣기 일쑤다. 

 

올해 내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여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긴축(QT)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봉쇄 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장기화 탓이다.

 

최근 증권가 안팎에서 바닥 다지기가 일단락된 후, 코스피 3000시대 기대감에 긍정적인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난해 만큼 모든 업종에서 고루 오를지도 관심사다. 

 

아울러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와 중국 공급망 문제 등 증시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잔존한 상황에서 2800선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맞물려 제기됐다. 문제는 코스피 3000시대를 전후를 어떻게 지나갈지가 관건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으로 GDP가 10위안에 들지만 주가와 균형은 맞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GDP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차지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코스피 3000시대가 다시 오려면 이러한 시장을 이끄는 대장주들의 주가가 올라야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정작 대장주들은 부진한 주가 흐름에 시달린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하던 다음날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8만8800원, SK하이닉스는 13만8000원, 현대차 24만6000원까지 올랐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목표가를 11만원 이상으로 잡았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17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코스피 2,550선까지 후퇴한 날, 삼성전자는 6만4900원에, SK하이닉스는 10만9000원, 현대차는 18만500원까지 내려앉았다. 

 

다만 5G시장 확대와 비대면(언택트) 경제구조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는 평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들의 기세가 뜨겁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 꽃이다. 자본시장에 규제는 있지만 제대로 된 활성화 방안은 없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이탈한 소액주주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1000만 개인투자자를 살리는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주식 양도세 폐지와 기업 물적분할 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등을 내세웠다. 이번 정부에서는 코스피 3000선 재탈환과 코스피 5000시대 진입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 중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제시한 ‘코스피 5000시대’가 연일 화제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코스피 5000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코스피 3000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물론 활성화 방안도 필요하다.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보이는 반도체 이슈가 많아 기대해 볼 만하다. 우선적으로 지금 시장은 생기가 필요해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내려가서 그것부터 올리려면 공급망 이슈나 호재가 많아져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동학개미를 이끈 개인투자자들은 자본시장에서 더는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속히 자본시장의 꽃을 살릴 방안이 마련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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