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T 대표 vs 구현모 KT 대표, 차세대 AI 패권 경쟁에서 누가 웃을까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국내 통신업계 맞수 SK텔레콤(이하 SKT)과 KT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비스 분야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전형적인 응대만 가능했던 음성 AI 서비스를 넘어 이용자와 교감하며 발전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이를 현실화 하기 위한 산·학·연(산업·학계·연구) 차원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AI 서비스 컴퍼니’ 도약을 선언한 SKT는 최근 성장형 AI 비서 ‘에이닷(A.)’을 오픈베타로 선보이고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이에 질세라 KT는 AI가 직접 생각하고 말하는 '초거대 AI'가 중심이 된 ‘AI 2.0’ 연구 방향을 공개했다.
■ SKT 대화형 AI비서 ‘에이닷’ 공개…'AI 서비스 컴퍼니' 도약
SKT는 최근 성장형 AI 비서 ‘에이닷(A.)’을 앱 마켓에 오픈베타 버전으로 론칭했다. 오픈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 우수한 피드백을 해준 참여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에이닷(A.) 개선점을 찾아나갈 방침이다.
에이닷은 SKT가 'AI 서비스 컴퍼니'로 도약하는 데 핵심축을 맡을 야심작이다.
이와 관련해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SKT 2.0 시대’를 선포하고 AI 서비스 컴퍼니로 진화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T 회장을 겸임하며 AI 사업을 직접 챙기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에이닷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 기존 AI스피커 '누구'보다 진일보한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SKT는 에이닷에 '성장형 AI 비서'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에이닷은 날씨, 미세먼지 농도 등 기본 정보를 읽어 주는 것을 뛰어넘어 이용자 취향에 맞춘 콘텐츠 추천과 일상 대화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기존 AI서비스들이 음성 중심이었다면 에이닷은 이용자가 직접 꾸민 캐릭터로 소통할 수 있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는 SKT가 현존하는 대화언어 모델 가운데 성능이 가장 뛰어난 거대언어모델(GPT-3)의 한국어 특화 버전을 개발해 적용한 덕분에 가능했다. AI는 매개변수가 많을 수록 더 정교하게 발전하는데 GPT-3에는 1750억개에 이르는 매개변수가 탑재됐다.
SKT는 올 하반기에 에이닷에 맞춤형 TV프로그램을 추천하는 ‘마이(My) TV’를 비롯해 게임, 영어학습, 사진관리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최근 한국경영과학회가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에이닷을 통한 고객경험 혁신 시도를 강조하며 "SKT의 국내 최고 수준의 언어 AI와 음성인식 기술은 자사가 AI 시대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람처럼 생각하는 AI'…KT, 연내 초거대 AI 상용화 목표
KT가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자사 AI 서비스를 한 단계 진화시킨 'AI 2.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정보를 학습해 마치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AI다.
이를 위해 KT 연구진은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청각지능 △언어지능 △시각지능 △클라우드 AI 등 4대 서비스를 중심으로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다.
초거대 AI는 KT가 신(新)사업으로 추진하는 AI컨택센터(AICC), 기가지니, 지니버스, AI로봇, 차세대지능형교통체계(C-ITS) 등 서비스 분야에 적용될 방침이다. KT가 향후 선보일 AI 메타버스 '지니버스'에도 이 기술이 반영될 예정이다.
KT는 2020년 3월 구현모 대표가 취임한 이후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분야에 매진하며 탈(脱) 통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KT가 주도하는 산·학·연 협력체 'AI 원팀'을 출범시켜 AI기술 개발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KT 초거대 AI 기술도 AI 원팀을 통해 다자간 공동연구로 개발 중이다. 개발 프로젝트에는 KT를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카이스트, 한양대가 참여해 이른바 '산학 연계형'으로 추진하고 있다.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장은 “KT 초거대 AI 기반으로 진화한 한국어 언어모델은 ‘공감능력’을 갖춘 최초의 AI가 될 것”이라며 “KT의 창의적 연구진들과 함께 다양한 세대를 포용하며 공감하는 AI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