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방공과장 ③ 작전부장의 말이 씨가 된 '미국 TMD회의' 참석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UAE 軍과 美軍과의 연합훈련 참관에 앞서, 우리는 UAE의 연합훈련 지휘부 장군들을 만나서 담소를 나눴고, 일반적인 얘기와 함께 한국군의 특정 사항에 대해서 질문들이 있었다.
담소를 나누는 동안 그들의 영어 발음이 독특해서 알아듣기가 조금 힘들었고, 대화를 하면서 UAE 軍 장성들의 자존심이 매우 강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UAE 지휘부 장성들과의 담소를 마친 필자는 연합훈련과 병행하여 진행되는 분야별 세미나에 참석했다.
필자의 관심분야는 ‘TMD(Theater Missile Defense, 전구 미사일 방어)’였고 해당 세미나실에는 미군 장교들과 UAE 軍 장교들이 앉아서 세미나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미군 장교들의 전투복 어깨에 부착한 부대 마크를 보니 미군 방공포병 부대 마크였다. 마치 가족을 만난 것 같이 반가웠다.
세미나는 ‘TMD(Theater Missile Defense, 전구 미사일 방어)’와 관련한 몇 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였다. 세미나 중에 필자는 UAE 軍의 방공포병 전력에 관하여 몇 가지 질문을 하였지만, UAE 장교는 필자가 연합연습에 참관하는 외국군 장교라서 그런지 기본적인 내용만 언급하고 그 이상은 얘기하지 않았다. 보안의식이 철저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필자가 알기로는 당시 UAE에서는 이미 미국으로부터 THAAD를 구매하려고 계약을 한 상태였다. THAAD를 구매한다는 것은 주변국의 공중위협(탄도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UAE는 자국의 안보(방공망 강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다른 분야는 몰라도 방공분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은 분명했다(우리는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에야 주한미군이 THAAD를 배치하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THAAD 배치는 아직도 불완전한 상태로 진행중이다. 한편 UAE는 한국이 자체 개발한 탄도탄 요격 기능을 갖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천궁(天弓)’ 포대의 도입을 최근 결정했다).
세미나 1교시가 끝나고 미군 장교들(중령 이하의 장교들이었다)과 인사를 하는데, 필자가 연합사에서 방공처 부처장으로서 미군 방공포병 장교들과 같이 근무를 했다고 하며 그들의 이름을 얘기하니 어떤 미군 장교는 “난 그분을 대대장으로 모셨다.”하고 어떤 미군 장교는 “내가 대위 때 그분 옆집에 살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모임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연합훈련 참관은 이틀 동안 진행이 되었고, 둘째날 일정을 마치고는 귀국하기 위하여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시간 여유가 있었으면 UAE의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함이 아쉬웠다. 단지 첫날 점심 식사 이후에 30분 정도 잠깐 아부다비 시내를 돌아본 것(UAE 측에서 차량과 운전병을 지원해 주었다)과 첫날 세미나를 마치고 일과 이후에 훈련 장소 인근의 사막지대로 가서 2시간 반 정도의 사막 투어를 한 것이 유일한 UAE에서의 야외활동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사막을 처음 보았고 SUV로 사막의 일정 구간을 달리며 사막을 느껴보았으며, 낙타도 근접 거리에서 보았다(낙타가 그렇게 지저분한 줄은 몰랐다. 냄새도 심하고. 안씻겨서 그런가 보다). 해가 지면서 밤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이다. 사막에서 별을 바라보면서 합참의 현안업무와 출장의 피로를 잊고 잠시나마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인천공항에는 오후 늦게 도착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했다. 작전부장에게 잘 다녀왔다고 보고했더니 웃으면서 “출장 때문에 연휴 기간중에 쉬지도 못하고 고생했구먼! 나중에 기회 있으면 여유있게 다녀오게” 한다. 그런데 이말이 씨가 되었나 보다. 그해에 해외 출장을 두 번 더 가게 되었는데, 작전분야에 근무하는 필자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군에서 해외출장은 사업 분야나 정책 분야에서 근무하는 장교들이 주로 다닌다).
다양하게 쏟아지는 현안업무로 인하여 야근이 계속되는 가운데, 6월 말 쯤에 연합사 방공처에서 연락이 왔다. ‘TMD(Theater Missile Defense, 전구 미사일 방어)’ 관련하여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연합사 방공처장은 몇 년 전에 필자가 오산기지에서 공작사 방공포병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을지연습 참석차 오산기지에 왔던 미 육군 방공포병 장교로서, 이후 대령으로 진급하여 연합사 방공처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대령의 이름은 Carlos Betancourt, 지금은 전역하여 예비역 대령으로 하와이에서 거주하고 있다). 부친이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이 장교는 성격이 유쾌하고 붙임성이 강했는데, 필자와는 을지연습때 오산기지에서 처음 만난 이후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연락을 받고는 연합사 방공처로 갔다. 방공처 사무실은 필자가 근무할 당시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부처장인 한국 공군 중령이 반갑게 맞이하였고, 전에는 없던 한국군 병사가 필자를 보더니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한다. 무슨 얘기냐고 물어보자 미군 처장이나 한국군 부처장이 평소에 내 얘기를 많이 해서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다고 한다. 부디 좋은 얘기만 했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필자가 연합사에 근무할 당시에 방공처에 근무하던 미군 예비역 방공포병 장교인 Ed가 있었다(공군 이야기 47회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어떤 일로 한국에 왔느냐고 물으니 조만간 미국에서 열리는 TMD 관련 회의 때문에 연합사와 업무 협조차 한국에 왔다고 한다.
처장과 부처장, Ed와 함께 ‘TMD 관련 회의’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고, 대화 말미에 필자가 한국 합참의 방공작전과장이니 한국측 대표로 이 회의에 참석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러나 현안업무가 산더미 같은데 필자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고, 그 회의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때까지만 해도 잘 이해가 안갔다. 다소 뜬구름 잡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작전부장에게 보고 및 승인을 기다리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작전부장에게 ‘TMD 관련 회의’에 대해서 보고하고는 다시 현안업무에 매달리면서 ‘국제회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작전부장이 필자를 호출하였다. “미국에서 열리는 TMD 관련 회의에 방공작전과장이 다녀와야겠네”.
아마도 연합사에서 국방부와 합참에 요청하여 필자가 이 회의에 참가하게 된 것으로 보였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