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방공과장 ① 수면부족을 불렀던 '초병의 경계근무 중 사격'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은 그동안 출장차 몇 번 와 보았을 뿐, 근무는 처음이다. 합참의장, 작전본부장 등 직속상관들에게 전입신고를 한 후에 전임자에게 주요업무를 인계 받고는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였다.
그동안 연합사, 공작사 등을 거치며 연합작전(대 항공기 및 대 탄도탄 작전) 분야는 익숙하지만 합동작전 부대 근무는 처음이기에 부임 후 1~2주 정도는 진행 중이던 업무와 금년에 예상되는 주요 업무에 대하여 파악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다.
합참의 근무 분위기는 공작사나 연합사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엄격한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기도 하고, 또는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엄격하기도 한 그런 분위기였다.
방공작전과의 인원은 육.해.공군 영관장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계급이 계급인 만큼 각 군의 방공포병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장교들이었다. 합참에서 근무한 1년간은 매우 역동적인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굵직한 업무를 많이 했는데, 이에 따른 수많은 야근과 수면부족이 가장 큰 애로사항중의 일부였다.
처음 한 두달 동안은 일상적인 업무의 계속이었다. 그러나 봄철이 다가오면서 점차 굵직한 업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연간 계획된 업무는 대부분 매년 계속되는(반복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합참은 합동작전 최고의 군령부대이다 보니 그런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가끔 예상외의 업무가 발생하고는 하는데, 그해에 그런 ‘예상외 업무’가 한 건 발생해서 부서원들을 많이 힘들게 했다.
즉, 그해 초봄에 전반기 업무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했던 ‘예상외 업무’가 발생이 되었고,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봄에 최전방의 모 부대에서 심야 시간에 경계근무 중이던 초병이 경계지역 전방 상공에 출현한 미상물체에 사격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 보고를 받고는 ‘그 초병이 잘 조치했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이 꼬이려다보니 점점 이상한 상황으로 발전이 되었는데, ‘초병의 경계근무중 사격’이 언론에는 마치 초병이 잘못 조치한 것처럼, 마치 군에서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보도가 되었다.
이후 현장 조사 등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해보니 해당 초병은 자기가 해야 할 임무를 정확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상급부대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와전되었고, 그 ‘와전된 내용이 한차례 더 와전’되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커지게 된 것이었다.
'초병의 경계근무중 사격’에 대한 후속조치는 방공작전과에 할당이 되었다. 명확히 따지자면 그 업무는 00작전과에서 주로 담당해야 할 업무였으나 여차여차해서 방공작전과로 할당이 되었고, 필자와 일부 과원들은 그 업무에 거의 반년을 매달려야 했다.
아무튼 그 업무가 완료될 때까지 수많은 야근과 그에 따른 수면부족이 동반되었지만, 이 업무를 하면서 관련 작전 분야를 현장 조사와 함께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수정 요소를 발견하고 조치할 수 있었던 것은 ‘부차적인 성과’였다.
또한 이 업무를 하면서 덕분에(?) 00 국회의원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 가서 대면보고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도 있었다. 00 국회의원실에서 호출하여 조사 결과를 보고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해당 국회의원은 만나지도 못하고 그 보좌관만 만났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이해할 만하다. 국회의원이 ‘다른 중요한 국가 업무’ 때문에 바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막상 만난 보좌관은 ‘초병의 경계근무중 사격’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들을 생각도 안하고 보좌관 본인과 관계있는 사안인지 무슨 통신망 구축에 관한 엉뚱한 얘기(그날 보고하러 간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만 늘어놓았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합참에서 근무하는 대령을 불렀는지 이해가 안갔다. 황당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청와대 보고는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했는데, 당시 안보실장은 필자가 연합사에서 근무할 당시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A 장군(예비역)이었다. 기분좋은 보고를 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필자가 존경하던 상관과 오랜만에 만나게 됨에 반가움이 앞섰다. 조사내용 보고를 받은 A장군은 “잘 알았네. 후속 관련 조치를 잘하게“. 그리고는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나하고 식사를 같이 하고 부대로 복귀하게.” 청와대 인근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A 장군은 필자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장군 진급은 언제인지 등등을 물어보면서 필자의 무운장구를 기원해주었다. 다시 연합사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합참 생활 중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예하부대에 대한 지도방문이었고, 그 중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서해 5개 도서지역 부대에 대한 지도방문이었다. 합참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서해 5개 도서 지역 중 필자가 가본 곳은 백령도 한 곳 뿐이었는데, 이때는 서해 5개 도서를 모두 가볼 수 있었다.
이 당시의 서해 5개 도서지역 부대에 대한 지도방문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에 가는 지도방문이라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고, 현장에서 확인할 사항이 꽤 많이 있었다. 서해 5개 도서지역까지의 왕복 이동은 공군의 UH-60 헬리콥터(이하 헬기)를 이용했다.
여기서 헬기 이동에 대하여 한마디 하자면, 헬기 탑승 경험이 없는 많은 사람들은 헬기 탑승에 대해서 막연한 부러움을 갖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군용 헬기 이동은 결코 편하지 않다. 군인이기에 그런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헬기 탑승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헬기 탑승을 경험해 보고 싶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20~30분 정도 거리의 단거리 탑승이라면 모를까 장거리(장시간) 군용 헬기 탑승은 부러워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서울에서 백령도까지 비행시간(헬기)은 20~30분을 훨씬 초과한다. KTX 기차 같이 조용하고 편안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헬기의 소음과 불편한 좌석은 비행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신을 많이 힘들게 한다. UH-60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CH-47의 경우에 엔진의 소음과 좌석의 불편함은 UH-60의 그것을 훌쩍 뛰어 넘는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