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 노크하는 은행, 계좌 발급 넘어 투자까지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시장에 신중함을 보였던 시중은행이 최근 거래계좌 발급 시장을 넘어 직접 투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는 신한캐피탈이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적게는 200억원, 많게는 500억원 가량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 투자 여부는 물론 규모 또한 확정되진 않았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신한캐피탈에서 코빗에 대한 투자를 검토한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관련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해오고 있다”며 “특히 가상화폐라던가 전자결제 등 관련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고 있었고 코빗도 그 일환으로 투자를 검토했었다”고 설명했다.
코빗은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다. 현재 넥슨 지주사인 NXC(48%)와 SK스퀘어(35%)가 대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지주가 신한캐피탈을 통해 실제 투자에 나설 경우 3대 주주로 올라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 금융사, 가상거래소 제휴·투자 확대
국내 대표적인 은행을 보유한 신한의 코빗 투자 소식은 금융업계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금융 시장의 상징인 시중은행에서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KB금융지주 내 창업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등 사업을 맡은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에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사들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커스터디는 가상자산을 비롯해 법인이 보유한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을 투자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020년 해치립스, 해시트와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코인플러그와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설립했고 NH농협은행도 지난해 9월 디지털자산 위탁관리 합작법인인 카르도를 설립하는 등 시중은행의 커스터디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하기 위한 실명인증계좌 발급 계약 관계도 공고해지고 있다. 대형 은행을 보유한 금융사 뿐 아니라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에도 가상자산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대형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3일 4년 넘게 제휴해온 빗썸·코인원과 실명인증계좌 발급 재계약을 맺었다. 기존에 6개월 단위로 계약하던 것을 1년으로 연장했다.
신한은행은 코빗과 4년 넘게 실명인증계좌와 관련한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가상자산 제도권 가시화, 시장 진출 가속화
인터넷은행에서는 케이뱅크가 유일하게 현재 업비트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최근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전북은행이 고팍스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아 제도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 허가를 받기 어려운 데다 시장이 가진 위험성이 커 전통금융시장의 접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상·데이터 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술 연관 사업에 대한 시장 가치가 커지면서 기존 시중은행의 시장 진입 요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차기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 확대와 거래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금융사들의 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가상자산 법제화를 공약했다. 가상자산을 제도권에서 관리하는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을 약속했다.
또 부당거래 수익을 차단하고 부당수익 전액 환수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제정해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가상자산 제도화 과정에서 은행 등 금융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가상자산 발행을 허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