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대선 끝나면 정기주총 시즌, 삼성전자의 2가지 '인사 이슈'에 담긴 긍정성 주목돼
노태문 사장에 대한 소액주주 의견 표명, 이재용 부회장의 ‘투명경영’ 약속 신뢰도 높여
유리천장 깨온 김선욱이 이사회 의장 되면,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처음으로 여성 우위체제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9일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다음 주가 되면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그 막은 삼성전자가 올린다. 오는 1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가장 중요한 안건은 이사회 교체이다. 이와 관련해 2가지 민감한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 노태문 사장 MX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건 반대하는 소액주주 의견 표출될 듯 / 삼성전자는 소액주주 의견개진 시스템 구축
우선 노태문 MX부문장 사내이사 선임건이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말 단행한 쇄신인사에 따라 한종회 DX부문장(부회장)을 제외한 김기남·김현석·고동진·최윤호 등 4인은 모두 공식 교체된다. 대신에 경계현 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MX부문장(사장), 박학규 S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4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신작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시리즈가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를 탑재한 게 말썽을 일으킨데 대해 일부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GOS'가 강제 작동됨으로써 고가의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글로벌 전자기기 성능측정(벤치마크) 사이트인 '긱벤치'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갤럭시S22' 시리즈 전 모델을 포함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4종을 평가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신작 스마트폰이 긱벤치 평가목록에서 제외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증시 시황조차 좋지 않다. 소액주주들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결국 사업책임자인 노태문 사장이 타깃이 된 것이다. 자신을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소액주주는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 올린 ‘삼성전자 천만주주께 올리는 글’을 통해 노 사장의 선임안과 보수한도 승인안에 대한 반대 주주운동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전자가 이 같은 소액주주의 의견 개진을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설했다. 올해에도 6일 오전 9시부터 15일 오후 5시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각 의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중에 24시간 전자투표 시스템을 가동시킬 방침이다.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의사표명이 가능한 것이다.
노 사장 이사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표결 결과를 통해 소액주주의 불만 정도를 측정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소액주주가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삼성전자의 지배구조(G) 건전성은 높아진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시에 노 사장과 같은 최고경영자(CEO)의 책임경영 부담이 커질수록 이재용 부회장이 만들려는 ‘뉴삼성’의 핵심인 투명경영 약속은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된다.
■ 유리천장 깨온 김선욱 전 법제처장, 이사회 의장 선임 유력 / 사외이사 처음으로 남녀 동수 구성될 듯
첫 여성 이사회 의장 탄생여부도 관심사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 사상 첫 사외이사 의장을 맡았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2016년 사외이사로 합류한 박 전 장관은 2020년 3월 사외이사 최초로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올해로 사외이사 법적 재직 연한인 6년을 채워서 재신임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투명경영의 일환이다.
후임 의장으로는 김선욱 전 법제처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통상적으로 이사회 의장은 이사재직 기간이 긴 사람으로 선임한다. 현재 2018년부터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 전 처장과 박병국, 김종훈 사외이사가 재직기간 4년으로 같다.
세 사람 중에서 연장자는 70세인 김 전 처장이다. 박 이사는 63세, 김 이사는 62세이다.
더욱이 이사회의 여성비율을 높이자는 게 국제적인 흐름이다.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삼성전자에는 이미 안규리(67) 사외이사가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 환경비서관(2009∼2010년)을 지낸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박 전 처장을 포함하면 6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인 3명이 여성으로 포진하게 된다. 삼성전자 사외이사가 남녀동수로 구성된다는 것은 뜻깊은 현상이다.
더욱이 박 전 처장은 한국사회에서 ‘유리천장 깨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 공법학(헌법 행정법) 전문가로 노무현 정부 당시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는 4년 간 이화여대 총장도 지냈다.
그가 의장이 된다면 삼성전자의 사외이사진은 남성보다 여성 우위 체제가 되는 셈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