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대선 끝나면 정기주총 시즌, 삼성전자의 2가지 '인사 이슈'에 담긴 긍정성 주목돼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3.09 03:35 ㅣ 수정 : 2022.03.09 03:35

노태문 사장에 대한 소액주주 의견 표명, 이재용 부회장의 ‘투명경영’ 약속 신뢰도 높여
유리천장 깨온 김선욱이 이사회 의장 되면,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처음으로 여성 우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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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열리는 삼성전자 올해 정기주총에서 2가지 '인사 이슈'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정기주총 현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9일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다음 주가 되면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그 막은 삼성전자가 올린다. 오는 1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가장 중요한 안건은 이사회 교체이다. 이와 관련해 2가지 민감한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 노태문 사장 MX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건 반대하는 소액주주 의견 표출될 듯 / 삼성전자는 소액주주 의견개진 시스템 구축

 

우선 노태문 MX부문장 사내이사 선임건이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말 단행한 쇄신인사에 따라 한종회 DX부문장(부회장)을 제외한 김기남·김현석·고동진·최윤호 등 4인은 모두 공식 교체된다. 대신에 경계현 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MX부문장(사장), 박학규 S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4명이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신작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시리즈가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를 탑재한 게 말썽을 일으킨데 대해 일부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GOS'가 강제 작동됨으로써 고가의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글로벌 전자기기 성능측정(벤치마크) 사이트인 '긱벤치'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갤럭시S22' 시리즈 전 모델을 포함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4종을 평가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신작 스마트폰이 긱벤치 평가목록에서 제외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증시 시황조차 좋지 않다. 소액주주들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결국 사업책임자인 노태문 사장이 타깃이 된 것이다. 자신을 삼성전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소액주주는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 올린 ‘삼성전자 천만주주께 올리는 글’을 통해 노 사장의 선임안과 보수한도 승인안에 대한 반대 주주운동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전자가 이 같은 소액주주의 의견 개진을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설했다. 올해에도 6일 오전 9시부터 15일 오후 5시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각 의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중에 24시간 전자투표 시스템을 가동시킬 방침이다.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의사표명이 가능한 것이다. 

 

노 사장 이사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표결 결과를 통해 소액주주의 불만 정도를 측정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소액주주가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삼성전자의 지배구조(G) 건전성은 높아진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시에 노 사장과 같은 최고경영자(CEO)의 책임경영 부담이 커질수록 이재용 부회장이 만들려는 ‘뉴삼성’의 핵심인 투명경영 약속은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된다.  

 

■ 유리천장 깨온 김선욱 전 법제처장, 이사회 의장 선임 유력 / 사외이사 처음으로 남녀 동수 구성될 듯

 

첫 여성 이사회 의장 탄생여부도 관심사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 사상 첫 사외이사 의장을 맡았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2016년 사외이사로 합류한 박 전 장관은 2020년 3월 사외이사 최초로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올해로 사외이사 법적 재직 연한인 6년을 채워서 재신임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투명경영의 일환이다. 

 

후임 의장으로는 김선욱 전 법제처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통상적으로 이사회 의장은 이사재직 기간이 긴 사람으로 선임한다. 현재 2018년부터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 전 처장과 박병국, 김종훈 사외이사가 재직기간 4년으로 같다. 

 

세 사람 중에서 연장자는 70세인 김 전 처장이다. 박 이사는 63세, 김 이사는 62세이다. 

 

더욱이 이사회의 여성비율을 높이자는 게 국제적인 흐름이다.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삼성전자에는 이미 안규리(67) 사외이사가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 환경비서관(2009∼2010년)을 지낸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박 전 처장을 포함하면 6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인 3명이 여성으로 포진하게 된다. 삼성전자 사외이사가 남녀동수로 구성된다는 것은 뜻깊은 현상이다. 

 

더욱이 박 전 처장은 한국사회에서 ‘유리천장 깨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 공법학(헌법 행정법) 전문가로 노무현 정부 당시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는 4년 간 이화여대 총장도 지냈다.

 

그가 의장이 된다면 삼성전자의 사외이사진은 남성보다 여성 우위 체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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