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 시장 통한 충격에 유의해야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3.03 06:00 ㅣ 수정 : 2022.03.03 06:00

[기사요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침체 우려 발생
과거 경험으로 보면 전쟁이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
하지만, 이번에는 원자재 시장이 경제에 충격 줄 가능성 있어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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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hebharatexpressnews.com]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아직 미국 등 서방 국가 군대와 러시아 군대의 직접적 충돌은 없는 상태지만, 우크라이나 군대와 국민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사태의 추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서방 국가들은 직접 개입하지 않는 대신 앞다퉈 러시아에 대한 경제, 금융 제재를 공식화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의 반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전쟁 발발 시점에서 증시 충격은 단기적, 이미 증시 저가 매수 수요 등장

 

전쟁의 추이와 결과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상대 국가에 대해 갖는 복합적인 감정, 과거 크림반도 병합 당시와 다른 국제 정세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의 결과를 낙관적으로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전후해 과거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지정학적 위험 당시와 같은 패턴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시점 이후 주식, 채권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투자자들의 이러한 선택을 잘 보여준다.

 

각국 증시는 해당 시점부터 약 5~10% 정도 하락했고, 시장금리는 긴축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10bp(1bp=0.01%p) 이상 떨어진 것이다. 또한 달러화 강세 현상으로 신흥국 통화의 달러 대비 환율도 상승했다.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전쟁이 지속되는 한 이어질 수밖에 없을까? 과거 경험을 보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실제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단기에 마무리된 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1991년 걸프전 등 전쟁 사례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전쟁 발발 전후 1개월 정도 진행되고 마무리됐다. 또한 일부 사례에서는 전쟁 발발 이전에 미리 주가가 떨어지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오히려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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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Bloomberg, SK증권]

 

따라서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전쟁을 이유로 무조건 주식 매도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최근 며칠 글로벌 증시에서는 이미 저가 매수가 지수 반등을 이끌어내기도 했는데, 이는 초기의 하락과 마찬가지로 학습 효과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하지만, 원자재 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치를 감안할 때 전쟁 장기화시 경제적 타격 불가피

 

하지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몇 가지 점에서 과거 사례들보다 경제에 충격을 더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당사국인 러시아가 글로벌 주요 에너지 공급 주체이고, 비상시 이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천연가스 수출량 비중이 높은 국가이며, 세계 2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특히 유럽 각국은 러시아로부터 대량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일시적인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천연가스와 유가 급등이 나타나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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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16.1.4 가격=100  [자료=Bloomberg, SK증권]

 

비철금속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알루미늄 생산국이고, 니켈 등 다양한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 위험이 높아지며 이미 해당 비철금속 가격은 상승 폭이 커졌던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알루미늄과 니켈은 구리, 리튬 등과 더불어 2차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이라서 전기차 수요 증대와 함께 가격 상승 압력이 높은데, 여기에 러시아의 공급마저 불안해지면 해당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시점도 불리하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높은 물가로 각국의 긴축이 시작된 상황이다.

 

전쟁 발발이 일시적으로 긴축의 강도를 낮출 순 있지만, 만약 에너지와 주요 비철금속 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한다면 다시금 긴축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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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노릴스크 탈나흐 지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 구리, 팔라듐 매장지이자, 세계적인 니켈과 백금 생산지다. 노릴스크에서는 러시아 니켈의 90% 이상, 구리의 58%, 코발트의 80%, 백금 계열 금속의 거의 100%를 생산하고 있다. 노릴스크의 최대 기업인 ‘MMC 노릴스크 니켈’의 공장 내부 모습 [출처=Mining Frontier]

 

금리 역시 문제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주요국 금리는 소폭 떨어졌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 주체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과거 경험상 전쟁이 주식 저가 매수의 기회일 가능성은 매우 높고, 단기적 관점에서 이를 이용하는 전략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과 긴축의 와중이라는 점은 이러한 전략의 유효기간이 길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증시는 결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데, 물가 상승과 긴축은 경제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라면 조금 더 기다리며 사태의 추이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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