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만기 등 6개월 추가 연장했지만 140조원 잠재 부실 해법은 못찾아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지만, 140조원을 상회하는 잠재 부실채권 해결책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지난 2년간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해왔다"면서 "그런데도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경영여건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 의견을 존중해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는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4월 첫 시행된 이래 6개월 단위로 세 차례 연장됐고 이번에 4번째 연장 및 유예가 이뤄지는 것이다. 4차 연장 및 상환유예 기간은 오는 6월부터 9월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추가 연장을 은행권에 요청했고, 은행권도 적극 협조 입장을 보였다. 고 위원장은 “세부 실행 계획은 금융권과 협의해 3월 중순이나 하순께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대출 만기 연장뿐만 아니라 원리금 상환 유예까지 기존 조치를 일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천문학적 규모의 ‘잠재 부실’ 리스크에 직면
그러나 금융권이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실채권 리스크는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494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이자 유예액은 664억원으로 추산된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의 평균 대출 금리(연 3.14%)를 적용하면 이 정도 규모의 이자의 대출원금은 약 1조573억원(664억원/0.0314/2년)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현재 5대 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140조567억원(139조4494억+1조573억원)에 달하는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계산이 나온다. 이번 4차 연장 및 유예 조치는 리스크 현실화를 유예하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 채무자인 중소기업·자영업자가 돈 벌어서 빚을 감을 가능성 높지 않아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결자해지이다. 채무자인 중소기업·자영업자가 매출과 수익을 증대함으로써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암울하다. 한 마디로 벌이가 나아져서 밀린 빚을 갚을만한 상황이 아직 도래하지 않고 있다.
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2월 체감 경기지수(BSI)는 37.5로 전월 대비 6.8포인트(p) 내렸다. 지난해 8월(34.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이 수치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난해 12월 66.2에서 올해 1월 39.3으로 급락했으나 2월 44.3으로 소폭 오른 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이 같은 결과는 지난달 18~22일 닷새 동안 소상공인 2400명을 상대로 조사해 나온 것이다.
전통시장의 2월 체감 BSI도 32.7로 전월 대비 15.1p 떨어졌다. 이는 소상공인과 같은 시기에 전통시장 상인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이다.
다만 3월 경기 전망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상공인의 3월 전망 BSI는 83.3으로 전월보다 14.7p 올랐다. 이 수치는 지난해 12월 85.4에서 올해 1월 66.6으로 급락했다가 2월 68.6으로 소폭 오른 후 3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통시장의 3월 전망 BSI는 79.7로 전월 대비 21.7p 상승했다.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 모두 “날씨가 온화해져 고객 수 증가 기대”를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BSI지수가 100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불황의 터널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140조원이 넘는 잠재 부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더 큰 과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