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4%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보다 신용점수가 낮다면 4% 이상의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본격적인 시장금리 상승세로 대출금리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올해 기준금리 ‘연쇄 인상’이 예고돼 있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올 1월 중 취급한 신용등급 1~2등급 대상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3.77%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1~2등급은 신용점수로 봤을 때 1000점 만점에서 나이스(NICE) 기준 870점 이상,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891점 이상 차주들이 해당한다.
올 1월 신용등급 1~2등급의 고신용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12월(3.65%)보다 0.12%포인트(p), 전년동월(2.58%)보다 1.19%p 각각 올랐다. 2%대 금리는 지난해 9월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신용등급을 3~4등급(NICE 기준 805점~869점, KCB 기준 768점~890점)으로 낮춰보면 올 1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91%로 치솟는다.
시중은행 중 올 1월 고신용자 신용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건 우리은행으로 3.95%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3.92%)·농협은행(3.74%)·국민은행(3.69%)·하나은행(3.55%) 순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인뱅)으로 넓혀보면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더 오른다. BNK경남·BNK부산·DGB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은 평균 4.29%, 케이·토스뱅크는 평균 4.34%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통상 연초에는 은행들의 공격적인 여신 영업에 대출금리가 낮아지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 1월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에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정한다. 은행들은 고신용자에 대해 상환 능력을 갖췄다고 보고 가산금리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지만, 시장금리 자체가 올라 전체 대출금리가 상승했단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상 신호가 반영돼 대출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기준금리 여부에 따라 대출금리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국은행은 전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지만 올해 추가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행보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0.25%p씩 2~3차례 올라 연 1.75~2.0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보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꿈틀댈 경우 조만간 5대 시중은행에서 고신용자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4%대를 넘어서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변동형 금리를 선택한 기준 차주들의 대출 연장 시점이 찾아오면 적용되는 대출금리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도 동결됐고 당장은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 요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도 강해지면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