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한국에서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예고됐다. 대한민국 항공계 양대 공룡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두 회사는 최근 큰 산 하나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메가 캐리어 탄생에 따른 운임 인상 등을 견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항공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이전하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두 회사 결합에 결국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진 통합 항공사는 향후 10년간 이들 노선에 경쟁 항공사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슬롯·운수권 이전 등을 양보해야 한다. 이전된 슬롯·운수권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재배분된다.
공정위가 경쟁제한을 우려하는 노선에는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뉴욕·시애틀·프랑스 파리·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알짜배기가 포함됐다. 이들 슬롯·운수권 재배분은 LCC에게는 사업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득(得) 있으면 실(失)도 있는 것이 세상사 아닌가. 공정위 조건부 승인으로 메가 캐리어 탄생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꺾였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은 통합 시너지 창출이 가장 큰 기대치였다. 슬롯 점유율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한국 항공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건부 승인으로 본래 계획이 틀어지며 효과도 반감됐다. 노선 효율화는 기대할 수 있지만 슬롯·운수권 이전으로 ‘1+1=2’가 아닌 ‘1+1=1.5’가 되면서 기존에 기대했던 규모의 경제 실현에서 한걸음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LCC 업계도 아쉬움이 교차하기는 마찬가지다. 빠르게 운항이 가능한 국내선 반납 기한을 국제선과 마찬가지로 10년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제한 노선 선정 때 단거리 노선에서 통합 항공사의 독점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공정위는 이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를 이해관계에 얽힌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만족하지 않는 결론으로 승인을 매듭지었다. 이에 따라 두 회사 합병이 막바지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합병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M&A에 따른 항공업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또한 M&A에 따른 ‘득과 실’ 사이에서 시소질하는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 과정과 결과는 공정위가 아닌 항공사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점에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