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또 연장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지만 금융당국의 ‘질서 있는 정상화’도 멀어지게 됐다.
금융권은 이번 추가 연장 결정에 그간 누적된 잠재 부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단순히 기간만 늘려주는 금융 지원을 부분 종료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020년 4월 한시적으로 도입했으나 3차례 연장을 거듭한 끝에 오는 3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연장 결정으로 코로나19 금융 지원은 2년 넘게 이어지게 됐다.
당초 금융당국은 ‘질서 있는 정상화’를 거론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지원을 예정된 날짜에 종료하겠단 입장을 고수해 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역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결국 재연장이 결정됐다. 국회는 전일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의결하면서 ‘금융당국은 대출 지원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번 결정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숨통은 트이게 됐지만, 금융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년 가까이 이어진 금융 지원 과정에서 잠재 부실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이 부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오면 금융사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기간 동안 ‘깜깜이 대출 연장’이 이뤄졌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정상 차주와 부실 차주를 구별해 여신을 관리했어야 했지만,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여신에선 건전성이 가장 중요한데 (만기 연장 결정이) 부담이 안 될 거 같진 않다”며 “보통 심사를 거쳐 문제 있으면 회수를 하거나 일부 감축을 했을 텐데 이 부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심사 없는 대출 연장은 은행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은행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3월 말 종료를 계획하면서 시중은행에 대손충당금을 쌓으라고 주문했다. 각 은행들이 잠재 부실에 따른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란 것이다.
다만 현재 부실 차주 규모에 대한 예측조차 어려워 금융 지원 종료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긴 부족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만기 연장 혜택을 받은 대출 잔액은 115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재연장이라는 큰 틀만 잡혔을 뿐 구체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전처럼 기간이 6개월로 정해질지, 대출 만기와 원리금 상환 유예를 둘 다 미뤄줄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은행권에선 연장 기간을 3개월로 줄이거나 대출에 대해서만 만기를 연장해주는 ‘부분 종료’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단계적 정상화를 밟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구체적인 기간·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논의 결과에 따른 금융 지원 운영 계획은 3월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고 금융감독원과 경영 재무 상황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기간이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을 할 것”이라며 “은행들의 전산 작업 시간(약 1주일) 등을 고려할 때 늦어도 종료 2주 전엔 방식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