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 대표에 현대차 출신 김경배 내정, M&A 겨냥한 산은의 포석?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HMM(옛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배재훈 사장의 뒤를 이어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HMM 새 대표로 내정했다.
김 전 사장은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10년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를 지냈으며 현대차그룹으로 옮긴 후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을 거쳐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위아 대표를 역임한 정통 현대차맨이다.
산은이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배재훈 사장 후임으로 현대차그룹 출신인 김 전 사장을 내정한 것은 단순히 김 전 사장의 경영능력만 본 것은 아닌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HMM은 배 사장 임기 중 적자기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52% 증가한 7조3775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13조7941억 원으로 무려 11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5조3262억 원으로 전년대비 4200%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통상 이 정도 실적을 내면 경영진을 그대로 유임시키는 것이 보통인데, 산은은 배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새 경영진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경영실적보다는 M&A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산은은 HMM의 새 수장을 놓고 김 전 사장과 함께 김충현 전 HMM 경영총괄 겸 재무총괄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김 전 사장을 차기 사장에 내정했다.
김 전 사장의 내정은 HMM의 M&A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산은은 현재 HMM 지분 20.6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이 지분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HMM 인수기업 중 하나로 현대글로비스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가 만약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김 전 사장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사장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현대차그룹 물류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를 지내 누구보다 회사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실제로 HMM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미지수이다.
현대차그룹은 1999년 당시 지급보증으로 확보했던 HMM 지분 0.05%를 모두 다 처분해 현재는 아무 관련이 없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