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훈풍 불어넣는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해 KT를 시발점으로 삼성, LG, SK, 포스코, 현대차 등 6개 대기업들은 정부 주도 아래 청년 일자리를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청년희망온(ON)’ 프로젝트에 참여해 청년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
이들의 신입· 경력사원 채용이 조만간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자리가 과연 얼마만큼 확대할 지가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특히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대규모 신입· 경력 채용을 예고해 기대를 높이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주춤했던 채용시장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찾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요 기업의 인재 채용이 회복세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게 될까.
■청년 취업 시장, 코로나19로 더욱 얼어붙어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청년(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과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 소속 37개국 가운데 한국은 31위를 기록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우리나라 대졸 청년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가 20.3%를 차지하며 OECD 37개국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명 중 3명은 취업을 준비 중이며 10명 중 2명은 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불어닥친 첫해로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어 지난해에는 2020년 못지않게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한 해였다.
청년 일자리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2020년 2월 청년기본법이 제정되고 같은 해 8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청년정책을 국가정책으로서 본격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은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올해 초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을 통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 정부의 청년정책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직장인 10명 중 7명(73.7%)은 ‘현 정부가 청년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좋은 일자리와 고용 창출 주체인 기업들과 손잡고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모색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행된 프로젝트가 바로 ‘청년희망ON’이다. ‘청년을 위한 새로운 기회, 꿈꿀 수 있는 미래’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기업과 정부가 뜻을 함께 해야 한다는 취지다.
청년희망ON 프로젝트에는 지난 9월부터 말까지 KT, 삼성, LG, SK, 포스코, 현대차 등 6개 기업이 참여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총 17만9000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9일에는 우리나라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향후 5년 동안 5000억원을 투자해 2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청년희망ON 동참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희망ON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주요 그룹 총수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 역할이며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며 “청년들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세대로 주저앉지 않도록 기업인 여러분께서 든든한 힘이 돼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 국내 4대 그룹, 청년 고용 확대에 이바지할까
청년희망ON에 참여하며 청년 일자리 창출의 뜻을 밝힌 국내 4대 그룹은 과연 얼마만큼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을까. 이들의 올해 상반기 인재 채용 계획을 엿봤다.
삼성은 국내 그룹사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채용 시험이 살아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이번 달 중순경 상반기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채용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례대로라면 오는 3월 말까지 지원서를 접수하고 4∼5월 직무적성검사, 5∼6월 면접을 거쳐 7월쯤 최종 합격자를 결정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른바 ‘삼성고시’라고 불릴 만큼 취업준비생들 가운데 어렵기로 악명 높은 직무적성검사 ‘GSAT’는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고려해 온라인 시험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앞으로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 만큼 과연 올해는 몇 명의 취업준비생들이 삼성의 문을 두드릴지 주목된다.
또한 삼성전자는 신입사원 공개채용과는 별개로 그룹 내 대표 효자 사업인 반도체 부문 경력사원도 이달 17일까지 서류 모집 중에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전체 경력직 채용 규모 역시 예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채용을 없앤 SK와 LG는 수시 채용을 통해 채용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SK는 지난해 연간 6000여명 수준으로 계획했던 신규채용 규모를 9000여명으로 늘려 3년동안 2만7000여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머쥔 SK하이닉스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후부터 해마다 1000여명을 신규채용해왔는데 올해는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수시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향후 3년동안 3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대규모 채용이 점쳐지는 가운데 현재 사업 부문 신입 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지난해 휴대폰 사업 철회와 LX그룹이 계열분리 등 변수에도 불구하고 채용은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연간 약 1만명씩 3년간 3만여명을 고용할 방침이다.
LG그룹은 202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계열사 조직에 따라 수시 채용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주요 계열사들은 대학교 학사 일정에 맞춰 신입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달 또는 3월 중 대졸 신입사원 모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석·박사, LG이노텍에서는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들어갔으며 전자, 배터리, 통신 등 관련 계열사에서도 유능한 경력사원을 데려오기 위해 대대적으로 모집 중이다.
인크루트가 대기업 137곳, 중견기업 188곳, 중소기업 413곳 등 총 738곳을 대상으로 ‘2022년 채용동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51.9%인 383개사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대기업 73.0%(100곳), 중견기업 49.5%(93곳), 중소기업 46.0%(190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기업의 87%는 올해 두 자릿수 이상 채용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언급한 주요 그룹사 외에도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중소기업까지 기업 상당수가 올해 채용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한파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을 따뜻한 봄바람으로 녹여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