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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63)

시험평가단장① 말이 씨가 된 '천궁 II, UAE 수출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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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2.09 11:29 ㅣ 수정 : 2022.02.23 16:42

시험평가에서 작전불가 판정을 받았던 천궁 기본형
국책사업 불발 가능성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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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 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시험평가단과 연구원들 간의 의견 차이(문제점)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던 필자는 시험평가가 2~3주 정도 진행된 후에 중간 점검 회의(시험 평가단 및 연구기관 관련자)를 소집했다.

 

여기서 필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수년간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연구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평가 결과를 보면 새로운 무기체계가 너무 이론에 치우쳐 있다...(중략). 이 무기체계를 운영하는 군인들은 여러분들과 같이 전문분야 공부를 많이 한 박사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평소 또는 유사시에 무기를 운영하려면 다루기 쉽고 정비하기가 용이하여야 함은 물론 작전 반응 시간 또한 빨라야 한다... (중략). 연구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도 다루기 쉽고 정비가 용이하도록 현재 장비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가 이런 내용으로 얘기하자 연구원들과 업체 관계자들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짐을 느꼈다. 아무튼 이때부터 연구원들과 시험평가단 인원들간의 열띤 토의와 검토, 수정/보완이 계속되었다.

 

시험평가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계절 평가와 실제 사격시험 평가였다. 계절 평가는 새로운 무기체계가 가혹한 자연환경(온도, 습도 등)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었는데, 하절기 평가는 높은 온도와 습도에서, 겨울철 평가는 낮은 온도와 강풍, 강설 속에서 장비가 얼마만큼 견디어 내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하절기 평가는 국내에서 가장 무덥다고 알려진 대구에서 실시했다. 그야말로 찌는듯한 무더위라는 표현이 적절한, 가마솥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서 각종 장비의 시험평가가 계속되었다. 대구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한여름의 대구 날씨는 기온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습도 또한 너무 높아서 점검표로 사용하는 종이가 금방 눅눅해짐은 물론 손바닥에 달라붙을 정도였다. 힘든 것은 장비뿐만 아니라 시험평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00 장비의 경우에는 냉방장치 작동 불능 상태를 가정하여 냉방기 작동을 중지한 상태에서 작은 환기용 창만 열어놓고 장비를 가동하였고, 그 장비 안에서 평가단 인원과 해당 연구원이 하루종일 시험평가를 진행했다. 한증막 같은 그 장비 안에서 해당 장비 담당 시험평가단 인원과 연구원은 강한 정신력으로 그 악조건을 견디어낼 수 밖에 없었다.

 

하절기 평가를 마치고 모두들 이렇게 얘기했다. ‘평생 다닐 찜질방을 금년 여름에 모두 다닌 느낌이다. 아마 사막에 가더라도 여유있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누군가는 이런 농담도 했다. “대구 날씨(높은 온도, 습도)에서 견디는 장비라면 중동 지역에 가서도 문제없이 작동할 것이다”라고. 후에 이 말은 현실이 되었는데, 최근 신문 지상에 발표된 “천궁 II, UAE 수출 성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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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격장에서 열린 ‘2017 방공유도탄사격대회’에서 공군이 천궁 기본형을 최초로 실사격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물론 천궁 II는 대항공기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天弓, M-SAM의 우리말 명칭임)의 기본형에 대탄도탄 성능을 추가한, 성능이 향상된 장비이다. 그러나 그 기본형은 우리가 시험평가 했던 천궁이기에 천궁 II 수출 기사를 보면서 남다른 뿌듯함을 느꼈다. (대 탄도탄 작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한편, 높은 습도가 전자장비에 미치는 악영향의 사례는 월남전 초기에 미공군이 보유했던 공대공 미사일의 발사 실패율이 높은 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월남전 초기에 미 공군은 F-4(팬텀)를 전장에 투입하였고, 당시 F-4의 공대공 무장은 공대공 미사일 뿐이었다(팬텀의 초기 모델에는 기총이 없었다. 그러나 공대공 근접전투에서 기총의 필요성을 깨닫고 후에 기총을 장착하게 되었다).

 

월남전 초기의 공중전 상황에서 팬텀은 적 미그기를 포착하고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사일이 발사가 안되는 경우도 있었고 명중률도 형편없었다. 이후 원인을 파악해보니 원인중의 하나가 베트남의 높은 습기가 공대공 미사일에 악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되었고, 이에 따라 공대공 미사일을 성능 개량(베트남의 높은 온도와 습기를 고려)하여 전장에 투입하게 되었다.

 

이렇듯, 높은 습도가 전자장비에 미치는 악영향은 매우 큰 것이고, ‘천궁’의 시험평가 항목에 ‘높은 습도 환경에서 평가’가 포함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1개월 정도의 하절기 평가가 끝나가면서 시험평가 전체 일정은 실제 사격 시험을 포함하여 절반 정도 진행되고 있었다. 하절기 평가는 그럭저럭 진행이 되었지만, 그 시점에서 시험평가단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시험평가가 시작된 이후 평가단과 연구원들 사이에 많은 토론과 수정을 거치면서 장비 상태가 일부 보완은 되었으나, 현재까지의 평가 결과를 종합해 보았을 때 이 상태에서 실제 작전에 투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시험평가단원 모두의 결론이었다. 즉, 현재 상태로서는 ‘작전불가’라는 의미이다.

 

필자는 시험평가단장으로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M-SAM 사업은 그동안 어렵게 국책사업으로 이끌어 온 사업이고, 국책 연구기관과 각 방산업체에서 그동안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장비를 개발해 왔는데, 여기서 ‘작전불가’라는 결정을 내려서 사업이 중단(또는 연기)되지는 않을까, 그럴 경우에 모든 비난의 화살은 나에게 쏟아질텐데 하는 생각 등등.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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