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스토리를 입힌 경험을 팔아라!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디지털경영연구원 대표] 199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는 ‘경험 경제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서비스 경제의 뒤를 이어 경험 경제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하며, “경험 경제에서 소비자는 기억에 남을 만한 개인화된 경험에 높은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에게 자신의 제품, 서비스와 함께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경험을 주는 브랜드가 사랑받는, ‘경험 경제’가 소비재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하고 있다.
최근, 외식업계에서도 고객들에게 환상과 재미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등장해 인기다. 이들은 음식의 품질은 기본이고 AR, VR 등 실감기술을 활용해 식사 과정에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서비스한다.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당, 서블리모션의 성공비결은 환타지 경험
서블리모션(Sublimotion)은 2014년 스페인 이비자섬(Ibiza)에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 중 하나다. 이 식당은 하이테크와 가상현실로 제작한 캡슐이라는 공간에서 손님들에게 모험적이며, 초현실적인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환상적인 시청각 연출을 위해 건축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시나리오 작가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았다.
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은 바다 속과 하늘 위로 펼쳐지는 20세기의 과거 모습에서부터 2050년의 미래 저녁 만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와 시간을 여행하면서 3시간 동안 화려한 연회를 즐길 수 있다.
식사 중간에는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경관 좋은 장소를 여행하기도 한다.
와인과 샴페인을 곁들인 20개의 코스요리 식사비용이 1인당 1,500유로(약 200만원)에 달하지만 예약 고객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 五感 서비스 레스토랑, 트리 바이 네이키드
도쿄 요요기 공원 근처에 위치한 트리 바이 네이키드(Tree by Naked)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VR 레스토랑이다. 2017년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일본의 유명 시각예술가가 설계했다.
3층짜리 건물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저녁에만 문을 열고, 인당 1.5만엔의 코스요리만 판매한다(하루 저녁 최대 16명까지 2회만 예약 가능).
이 식당의 특징은 인간의 오감과 가상현실을 결합한 코스요리 서비스다. 손님들은 음식과 접시 위에 예술적인 이미지가 투영(Projection)된 환상적인 음식을 제공받는다.
식탁 위에 투영된 물고기를 살짝 건드리면, 꼬리를 흔들며 헤엄친다. 분위기에 맞게 비춰주는 조명과 연기는 품위를 더해 준다. 메인코스는 1층에서, 디저트는 2층에서 제공돼 층을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손님들은 기꺼이 감수한다.
• 초현실적인 체험으로 고객 재방문 유도
시카고 다운타운의 한 호텔에 위치한 레스토랑, 뱁티즈앤보틀(Baptise&Bottle)은 한 잔에 95달러나 하는 아주 특별한 칵테일을 판매한다.
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웨이터는 평범해 보이는 칵테일 잔과 초록색 이끼와 풀잎으로 가득 찬 나무상자에 놓인 VR 헤드셋을 건네준다.
술의 증류과정과 칵테일이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에 대한 직원의 설명이 끝나고 나면, 고객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게 된다.
직원들이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고객들은 헤드셋을 쓴 채로 쉐리향과 스카치향이 섞인 가상현실의 증류소를 거니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특별한 경험 후 고객들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런던에 위치한 시티소셜(City Social)은 칵테일을 마시면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유명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에는 고객들이 칵테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특별 메뉴가 있다.
미라지(Mirage)라고 불리는 이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서 고객은 앱을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그다음, 주문한 메뉴와 함께 따라 나오는 글라스 받침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메뉴에 따라 팝 아트에서 피카소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즐기고 SNS에서 공유할 수 있다.
미라지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의 칵테일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칵테일 메뉴로 호평받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미라지 AR을 통해 기존 고객의 방문 빈도를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까지 유치할 수 있었다.
• 고객을 사로잡을 「스토리텔링 된 경험」이 중요
앞의 사례들과 관련해서 모험을 즐기는 일부 식당업주들의 사치스러운 실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실감기술을 활용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외식업체 사례가 의외로 많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음식은 혀가 아닌 뇌가 맛보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찰스 스펜스 교수(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장)로부터 해답을 찾아보자.
그는 감자칩을 씹을 때의 ‘바삭’ 하는 소리가 감자칩을 15% 더 맛있게 느끼게 한다는 연구로 이그노벨상(괴짜 과학자의 노벨상)도 받았다.
식사 중 오감 체험도 그의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스펜스 교수 연구팀은 최근 글로벌 호텔 기업들과 AR, VR 등의 실감기술과 이미지, 음악, 향기 등을 활용한 식탁이 맛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가 인구의 25%나 되고 그들의 소비력은 약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 SNS로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에 맞는 스토리텔링 된 경험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실감기술을 활용한 외식업체들의 경험 마케팅은 새로운 음식문화 창조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첨단 실감기술을 활용하는 데는 아직 비용이 만만치 않다.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외식업의 기본은 음식의 맛과 친절한 서비스에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