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1.27 07:35 ㅣ 수정 : 2022.01.27 07:35
이론적으로 무기체계 만든 연구원들과 실무적인 시험평가단 장교들 간의 견해 차이로 진통 겪어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공작사 방공포병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많은 일을 했다. 주한미군 방공포병 부대와의 연합작전 업무는 물론이고, 방공포병 관련 합동작전 업무, 공작사 예하 부대에 대한 방공포병 작전 관련 각종 업무(단거리 대공무기 및 중장거리 유도무기 등에 관련된) 등등. 1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는데, 성취감이 커서 그런지 시간 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돌이켜 보면, 공작사 방공포병처장으로 근무했던 그 시기가 대령으로서는 가장 활동적으로, 가장 보람있고 재미있게 근무했던 때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지휘관(공작사령관)을 모시고, 또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부서원(장교, 부사관, 병 모두)들과 함께 한 1년여는 매우 보람되고 값진 기간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공작사를 떠날 때가 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조직을 떠나는 것이, 또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부서원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다음 보직은 수도권에 있는 방공포병 여단의 참모장으로 결정되었다. 그때가 그 다음해 1월 중순 내지는 하순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여단 참모장으로 근무한 것은 단지 2개월 정도였는데, 방포사에서는 그 해 봄부터 호크 후속 무기체계인 국산 중거리 지대공 방공무기체계(M-SAM)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하게 되었고, 방포사령관은 필자를 그 시험평가 단장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몇 년 전에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항사단으로 가게 되었던 때와 느낌은 비슷했다. 시험평가 단장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당시에는 한직(閑職)이라고 생각했고, 과연 내가 가야 할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명령은 명령이다.
4월 초에 간단한 짐을 꾸려서 남쪽에 있는 00기지의 00시험평가전대로 향했다. 이 기지는 필자가 중등 비행훈련을 받았던 그 기지이다. 중등비행훈련 때는 필자가 생도 시절이었으나 이제는 대령으로 00기지에 다시 오게 되었음에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다. 00기지에 도착하면서 중등비행훈련 입과 당시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고, 활주로 건너편에 있는 시험평가전대로 가는 동안 이착륙 훈련하는 KT-1을 보면서 과거에 필자가 비행훈련 받던 때를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당시 시험평가전대장은 필자의 사관학교 동기생이었다. Test Pilot 이기도 한 그 동기생은 과거 시험비행 도중 항공기 이상으로 비상 탈출한 경험이 있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차한잔 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어보고, 서로 잘 지내왔음에 감사했다.
한편, 시험평가단은 방포사내의 유능한 장교, 부사관을 차출하여 구성되었다. 방공포병 작전, 정비 특기로 구성이 되었고, 향후 합동작전을 염두에 두고 해군 부사관도 한명 포함되었다. 시험평가전대에 도착한 그날 오후에 평가단 인원이 모두 집결하였고, 첫날은 앞으로 어떻게 시험평가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하여 토론하고 일과를 마쳤다.
시험평가 업무가 평가단원 모두에게 처음이었기에 처음 1~2주 동안은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시험평가 관련 각종 규정과 절차, 시험평가 대상 무기체계에 대한 공부를 하며 임무수행에 들어갔는데, 결과부터 얘기하면 임무수행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수행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시험 평가 기간 중에는 여러 면에서 우여곡절이 꽤 있었다. 여기서는 우여곡절 내용중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고 시험평가 기간 중의 ‘에피소드’를 언급하고자 하며, 목적상 연구기관과 개발업체의 세부적인 명칭은 가칭으로 표시한다.)
한국형 M(Medium)-SAM(Surface to Air Missile, 지대공 미사일)은 꽤 오래전부터 국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 및 개발을 해왔고, 그 해에 드디어 시험평가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방공포병 입장에서는 정말 오래된 호크(HAWK, 60년대에 미국에서 실전배치)를 대체하는 국산 무기를 갖게 된다는 것에 큰 희망을 갖고 있었다. (미 육군에서는 꽤 오래전에 호크를 도태시켰고, 미 해병대가 비교적 오랫동안 호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미 해병대도 호크를 도태시킨 상태였고, 우방국 몇 개국만 오래된 호크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운영상 애로사항중의 하나가 수리부속의 고갈이었다.)
시험평가단이 구성된 후, 자체 교육 및 향후 시험평가 계획을 수립하였고, 이어서 연구기관에서 대상 무기체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설명대로라면 패트리어트 급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매우 훌륭한 무기체계였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을까?
무기체계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시혐평가 팀은 분야별로 인원을 나누어서 세부적인 시험평가(Test & Evaluation)에 들어갔다. 시험평가는 사격통제장비, 레이다, 발사대, 적재차량 등의 분야로 구분되어 실시되었는데, M-SAM은 우리 또는 우리 후배 장병들이 운영할 무기체계인 만큼 시험평가단 인원들은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시험평가 임무에 임하였다.
그런데 시험평가가 시작되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부터 연구기관 연구원(대부분 분야별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었다)들과 시험평가단 인원들 간에 견해 차이가 발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구원들은 실무(전장 환경, 운영/정비 요원들의 애로사항 등)를 모른채 이론적으로만 접근하여 무기체계를 만들었고, 시험평가단의 장교와 부사관들은 무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기들이 석사, 박사 학위 소지자인데 너희들이 뭘 아느냐는 다소 권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시험평가단 인원들은 실무 차원에서 이런 무기라면 실제 작전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