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로 유명한 KTB네트워크(대표이사 신진호, 김창규)가 상장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공모가 대비 25%까지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수익을 기대하고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나 상장후 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 모두 주가가 반등한번 없이 줄곧 하락하는데도 회사측이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자 몹시 화가 나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B네트워크는 지난달 1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 당시 시초가 대비 11.28% 하락한 535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이후 반등다운 반등 한번 없이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다.
14일 종가는 4365원으로 공모가(5800원) 대비 25% 하락했다. 상장일을 포함해서 거래가 이뤄진 21거래일 가운데 5거래일을 제외하곤 죄다 하락세로 끝났다.
상장 당일 장 초반 6280원을 기록하며 잠깐 공모가를 웃돌기도 했으나 이후 공모가는 단 한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그 사이 기관은 597만주의 매물을 쏟아냈고 외국인도 378만주를 팔아치웠다. 개인만 991만주를 사들이며 주가방어에 나섰지만 주가하락을 막지 못했다.
KTB네트워크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50.19대 1을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일반투자자 청약률은 327대 1로, 4조7500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수요 예측 대비 흥행에 성공하며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상장후 계속되는 주가하락으로 모든 기대감이 사라졌고 이제는 과연 4000원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끝모를 부진은 이 회사가 업력 40년 이상의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이라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운용자산만 1조1200억원에 달하고 그동안 비발리퍼플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비롯해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수익률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2020년 순이익은 358억원으로 벤처캐피탈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543억원, 순이익은 441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는 상장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벤처캐피탈업계 자체가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으나 상장 후 지지부진한 주가하락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1세대 벤처캐피탈의 부진은 향후 상장을 앞둔 또 다른 벤처캐피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장을 추진중인 벤처캐피탈 스톤브릿지벤처스는 2월 9~10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5~16일 일반 청약을 받아 같은달 말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크래프톤, 직방, 지그재그, 쏘카 등 유망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KTB네트워크의 부진으로 벤처캐피탈에 대한 청약열기가 살아날지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이번 공모에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상당 부분을 구주매출로 내놓을 예정이어서 주가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