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추진력 경영'의 교과서
2022년 임인년(壬寅年) ‘흑호(黑虎,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만인을 통솔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의협심과 책임감이 강한 동물로 알려졌다. 사람에게 빗댄다면 기업인으로는 타고난 최적의 지도자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경영 판도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인 가운데 유난히 범띠가 두드러진다. 뉴스투데이는 각 기업 미래를 짊어진 범띠 경영인 5명을 집중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註)>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임인년을 맞아 우리 민족의 기백을 상징하는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호랑이가 상징하는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은 현대가(家)의 ‘현대정신’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1938년생, 호랑이띠)은 현대정신과 호랑이 추진력을 모두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 명예회장의 추진력은 세계 자동차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짧은 시간에 변방의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를 넘어 세계 3위까지 넘보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성장시켰다.
정 명예회장의 추진력은 특히 위기에서 빛을 냈다. 한국 경제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벼랑끝으로 내몰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정 회장은 1998년 12월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정 명예회장은 또 2000년 3월 자동차 계열사 10곳을 이끌고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재계 5위 현대자동차그룹을 만들었다.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자동차그룹의 등장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 명예회장은 기아 인수와 그룹 분리 등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완성차업체들과 제휴하거나 벤치마킹하며 경쟁자들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해외공장도 크게 늘어났다. 그는 중국,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에 자동차공장을 세우며 차량 생산 물량을 늘려나갔다. 해외시장에서 차 생산 물량은 늘어났지만 품질 저하로 ‘현대차=깡통차’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이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추진력은 ‘품질’로 향했다. 그는 ‘생산과 품질 향상에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며 품질 지상주의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차량 품질 개선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든 그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 ‘10년 10만 마일’ 보증기간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긴 보증기간은 큰 위험부담을 안은 모험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현대차 미국 법인이 급성장해 현대차 그룹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기 전 2100만대에 불과하던 누적 판매량이 정 명예회장의 품질경영 이후 20여년간 1억900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판매했다.
결국 정 명예회장 추진력이 현대차그룹을 대한민국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시켰으며 세계 5위 완성차업체로 이끌었다.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발전 속도를 기록한 정 명예회장 업적을 인정하고 지난해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역대 수상자인 미국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 벤츠 창립자 칼 벤츠, 혼다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보여준 추진력은 고(故) 정주영 회장과 더불어 현대가(家) 정신으로 계승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역사의 주인공으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