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에만 30년 세월 다 바쳤다’…한종희 부회장 '뉴삼성' 새 사령탑
2022년 임인년(壬寅年) ‘흑호(黑虎,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만인을 통솔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의협심과 책임감이 강한 동물로 알려졌다. 사람에게 빗댄다면 기업인으로는 타고난 최적의 지도자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경영 판도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인 가운데 유난히 범띠가 두드러진다. 뉴스투데이는 각 기업 미래를 짊어진 범띠 경영인 5명을 집중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註)>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론을 언급해 '뉴(New) 삼성' 실현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뉴삼성으로 거듭나는 길의 초석으로 이 부회장은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기존 김남기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을 대신해 경계현·한종희 대표이사 투톱 체제로 지도부를 과감하게 바꿨다.
최근 인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승진자 중 한 명은 바로 한종희(60,사진)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다. 한 부회장은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뉴삼성을 이끌어갈 새 리더로 전격 발탁됐다.
‘삼성전자 TV = 한종희’라는 등식이 어울릴 만큼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 영상사업부(VD사업부)의 중추적인 인물, 즉 '호랑이 같은 리더'인 셈이다.
■ 자타공인 TV개발 분야 전문가…30년 한 평생 다 바쳐
한 부회장은 1988년 인하대학교 전자공학사를 수료했다. 그리고 그는 그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삼성맨'의 첫발을 내딛었다.
한 부회장은 이후 VD사업부 개발팀 개발2그룹장, 개발실 상품개발팀장, 상품개발팀장(겸 상품기획팀장), 개발실장(겸 차세대전략팀), 개발실장(겸 Global운영센터장), 개발팀장, VD사업부장 사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후 그는 51세인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최고 임원으로 출발했다.
5년 후 2018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장 인사가 단행되고 한 부회장은 당시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장 후임으로 VD사업부부장을 맡게 된데 이어 지난해 삼성전자 사내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그는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부회장 겸 CE 부문과 IM(IT·모바일) 부분이 통합된 DX부문장으로 거듭나 삼성맨 인생에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한 부회장은 입사 이래로 30여년간 오로지 VD사업부에만 몸담은 ‘TV개발 전문가’로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이는 과거 학업과 일을 병행하던 다른 임원들과는 다르게 한 부회장은 입사 후 오로지 회사 일에만 매진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TV 부문 16년 연속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데에는 한 부회장의 이 같은 우직한 리더십이 뒷받침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가전·모바일 통합 수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한 최적의 인물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 오직 ‘성과’만으로 거머쥔 ‘대표이사행’ 티켓
한 부회장은 학연·혈연·지연 없이 삼성전자 ‘성과주의’ 기조가 투명하게 반영된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시장에 내놔 눈길을 모았다. 이 제품은 메탈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퀀텀닷(양자점) 기술을 적용해 화질 수준을 크게 높인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 TV를 출시했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당시 LG전자를 중심으로 소니, 하이센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내놓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한 부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75인치 이상 프리미엄 TV 제품에 주력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QLED TV 판매량은 2017년 80만대에서 2018년 260만대로 3배 이상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같은 판매 상승세는 2019년 532만대, 2020년 779만대로 이어졌다. QLED TV는 지난해 3분기에 2020년 3분기와 비교해 24.8% 증가한 629만대 팔렸으며 지난해 4분기까지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는 2006년 ‘보르도 TV’를 출시해 전 세계 TV 시장점유율(M/S)이 14.6%로 세계 1위를 거머쥔 이후 2009년 발광다이오드(LED) TV 출시, 2011년 스마트 TV 출시 등을 통해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며 왕좌를 지켰다. 이후 삼성전자는 QLED TV가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며 2019년 30.9%, 2020년 31.9%라는 역대 최고치 M/S를 연이어 과시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 중심에는 QLED TV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가운데 VD사업부장(사장)으로 그 압박을 견뎌내며 구성원들을 진두지휘한 한 부회장이 있다.
■ 한종희가 이끄는 ‘뉴삼성’ 가전·모바일 사업 미래 기대 커
DX부문장으로 삼성전자 가전·모바일 사업 미래를 짊어지게 된 한 부회장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부회장 승진과 함께 IM사업과 CE사업을 세트(SET)로 묶어 시장 판도를 읽는 수장을 맡아 사업부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 부회장은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도 발굴해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 개막을 앞두고 오는 4일(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 미국 네바다주(州)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팔라조 볼룸(Venetian’s Palazzo Ballroom)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는 한 부회장이 새 사령탑 자격으로 참석하는 공식적인 첫 세계 무대다.
그는 기조 연설에서 ‘기술은 인류와 지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공존의 시대(Age of Togetherness)’를 주제로 삼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조성하는데 기여하려는 삼성전자의 노력을 알리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데 동참하자는 점을 호소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그는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서로 연결된 경험을 토대로 더욱 풍요로운 일상을 가꿔나가는데 도우미 역할을 할 삼성의 혁신기술도 선보일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일궈낸 혁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한 부회장은 어떤 미래 청사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