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KDI와 이재정의 ‘교육교부금 과잉’ 논쟁,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직원 월급만 늘렸나?
기획재정부의 내년 교육교부금 감축 계획 발표가 도화선 / 기재부 지원사격하는 KDI와 교육계 여론 대변하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간의 대결 양상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초·중·고 교육비 재원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제도가 수술대 위에 오르고 있다. 과잉 편성되고 있는 교육교부금을 줄이자는 게 핵심이다.
총대는 기획재정부가 멨다. 지난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학령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해 온 교육교부금을 큰 폭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단계 재정분권 후속조치로 내년에 교육부와 협의해 지방교육제정제도 개편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두 차례나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기재부 '지원사격'에 나섰다.
교육계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9일 신년사를 통해 기재부의 교육교부금 감축 계획을 공개 저격했다. 신년사의 대부분을 교육교부금 문제에 할애했다.
이에 따라 ‘교육교부금 감축 논쟁’은 KDI와 이재정 교육감 간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 지난 20년 간 7.5배 증가 / 향후 40년 간 5.5배 증가 예상
KDI 김학수 선임연구원은 29일 발표한 '교육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제하의 보고서에서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현행 교육교부금 산정방식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재원 배분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근본적인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교육 투자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 여전히 늘어나는 내국세 수익의 20.79%를 자동으로 배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현행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수의 일정비율과 교육세 세수 일부를 합쳐서 조달해 온 시스템이다. 특히 내국세수 비율은 지난 50년 동안 상향 조정돼왔다. 내국세수 중 교육교부금 비율은 지난 2008년 11.8%, 2001년 13.0%, 2005년 19.4%, 2008년 20. 0%, 2021년 20.79% 등으로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올해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수의 20.79%인 53조2300억원에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통한 교육세수 등과 같은 국고지원액을 합쳐서 총 57조1468억원에 달했다. 2022년 교육교부금 총액은 65조1000억원이다.
KDI는 교육교부금 규모가 2020년 54조4000억원에서 40년 뒤인 2060년에는 164조5000억원으로 약 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비해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546만명에서 302만명으로 44.7% 포인트 감소할 예정이다.
이처럼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교부금은 폭증함에 따라 같은 기간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액은 1000만원에서 5440만원으로 5.5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년 간 교육교부금 증가추세는 더 가파르다. 기재부에 따르면, 교육교부금이 투입되는 초·중·고교 연령대(만 6~17세) 인구는 2000년 810만 8000명에서 2020년 545만 7000명으로 32.7%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교육교부금 총액은 5배 넘게 늘었다. 지난 20년 동안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은 7.5배 늘어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 KDI, "학령인구 증감 비율 반영해 교육교부금 감축하자" / "연간 25조원 예산 절감 효과 기대돼"
김학수 연구위원은 “초중등 교육투자가 우리나라 인적자본 형성에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현행 내국세수 연동방식의 교부금 총량 산정방식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면서 “여타 지출 분야의 전략적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인구구조변화에 따른 예산편성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장애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저출산 대책, 노인복지, 실업난 등 다른 재정지출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교부금이 초중고 교육에만 사용되고 대학이상 고등교육 지원에 활용되지 못하도록 칸막이를 쳐놓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 위원은 “1인당 소득 대비 1인당 고등교육 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 수준이고 초중등 교육 투자는 세계 1위 수준이라는 기형적인 재원 배분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경상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에 올해 교부금과 학령인구비율 증감율을 곱해 내년 교부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럴 경우 2060년까지 내국세수 연동방식보다 1046조8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를 통해 연평균 25조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교육인프라 투자 위해 교육교부금 증액하자"
교육부와 교육계는 교육인프라 투자, 과밀학급 해소 등을 위해서는 오히려 교육교부금을 증액하자면서 맞서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학생 수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은 전체의 23.2%이다. 향후 3년간 3조원의 시설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교육부는 노후 학교 시설개선 및 신도시 학교신설 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도 3기 신도시에 159개교를 신설하는 데 3조 9000억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교육재정 확대’를 요구했다. 이 교육감은 "우리 정부 예산 당국은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왜 교육예산은 줄이지 않느냐고 교육 현장을 비판하면서 2022년 예산에서 교부금을 수천억 원 감액했다"며 "이것은 법령이 보장하는 교육예산의 입법 정신과 합리성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육감은 “인구가 줄어든다고 국방비를 줄였느냐”면서 “도내 모든 학교가 2022년부터 시작하는 고교학점제를 2025년에 전면 확대하기 위해서는 교육환경 개선, 정보교육 인프라 구축, 융복합교육을 위한 교원 복수전공과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새해부터 착공하는 그린스마트스쿨은 2025년 이후 계속 확대해 전체 학교를 스마트스쿨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시설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더 많은 교육교부금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육감의 핵심 주장이다.
■ 최근 6년 간 학교 운영비와 시설비는 감소 추세 / 연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5.2%∼14.1%, 공무원 임금상승률 2.6%를 큰 폭으로 상회
이처럼 딴소리를 하는 교육계와 KDI 중 누가 맞는지는 교육교부금의 용도를 따져보면 알 수 있다.
교육교부금은 전국 초‧중‧고 교사와 직원 급여, 학교 용지 매입, 각종 공사, 공공요금, 학교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다. 직원 급여가 증가추세라면 KDI의 진단이 정확한 것이다. 반면에 학교 시설투자비 및 운영비 등이 증가해왔다면 교육계의 주장이 나름의 설득력을 갖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계수치’는 KDI 편을 들고 있다. KDI는 지난 10월 발표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효율화’ 보고서에서 교육교부금 증가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상승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2021년 동안 공무원 평균 임금인상률은 2.6%에 불과하다. 반면에 같은 기간 교직원 인건비는 연평균 5.2% 상승률을 보였다.
이중 공무원·사무직원 이외 직원 1인 당 인건비는 연평균 14.4%나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 및 자체 채용 증가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8만2571명이던 공무원·사무직원 이외 직원 수는 2021년 13만2570명으로 6년 동안 60.6%나 늘었다. 인원도 대폭 늘리고 임금도 크게 올린 것이다.
반면에 2015년 7조5349억원이던 학교운영비는 2019년 11조3946억원을 정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8조6830억원에 그쳤다. 시설비도 2015년 4조714억원에서 2019년 5조7066억원으로 늘었다가 2021년 현재 4조498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늘어난 교육교부금의 용처는 학교 운영비나 시설비가 아니라 공무원·사무직원 이외 직원 채용 및 임금 인상에 집중적으로 사용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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