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Preferred Networks, AI 딥러닝 분야 글로벌 잠룡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미‧중 기술패권의 첫 전장이 반도체임을 선언하였다. 이어 미국 상무부는 9.23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들에게 민감한 기업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차지한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대한민국, 파운드리 분야에서 준독점적 지위에 있는 TSMC의 대만, 그리고 자국 내 반도체 관련 투자 유치를 통해 권토중래하려는 일본 및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는 중국 등 동북아 반도체전쟁 상황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Preferred Networks(PFN)는 일본의 AI 딥러닝 관련 연구개발 스타트업이다.
비즈니스 분석 전문기업 CB Insights에 따르면 기업가치 약 20억 달러로 금년 전세계 유니콘 기업 917개 가운데 355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AI분야 72개 기업 중 유일한 일본 기업으로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며 주로 일본 내 대기업과 미래지향적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AI 딥러닝 분야 글로벌 잠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일본 AI 스타트업 PFN, 11월 슈퍼컴퓨터 랭킹 1위 차지
무엇보다 PFN이 가진 최고의 강점은 독자적인 자체 AI 기술을 바탕으로 AI 전용 칩을 생산하고 자체 인터커넥트 S/W 기반의 슈퍼컴퓨터까지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컴퓨터의 경우 전통적으로 핵심기능인 연산능력을 기준으로 수십 년 전부터 ‘Top 500’을 통해 랭킹을 매겨 왔지만, 빅 데이터 처리가 중요해 짐에 따라 ‘Graph 500’이라는 랭킹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전력 낭비와 지구촌 곳곳에 세워지는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의 진행 억제 차원에서 전력 소비효율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이를 기준으로 글로벌 슈퍼컴퓨터 랭킹을 매기는 ‘Green 500’이 만들어졌다.
PFN은 Green 500의 작년 반기 랭킹에서 이미 1위에 오른 데 이어 금년 11월 랭킹에서 인텔 칩인 제온 플래티넘 8260M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 네트워크 S/W를 탑재하여 만든 마이크로 슈퍼컴퓨터 MN-3으로 다시 세계 1위에 올랐다.
• AI 딥러닝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토요타, FANUC 및 히타치제작소 등과 협업
PFN은 AI 딥러닝 관련 인프라, S/W 및 H/W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독보적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연구개발 스타트업이므로 실증실험 등에 대한 대가를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즉 일본 내 교통시스템, 제조업 및 바이오헬스케어 등 광범한 분야에서 대기업들과 협력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교통시스템에서는 토요타와 자율주행/커넥티드 카 분야에서, 제조업에서는 산업용 로봇의 대명사 FANUC 및 히타치제작소와 로보틱스 및 공작기계 분야에서 특히 사물인식‧제어‧이상 감지‧최적화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 대기업들이 PFN의 기술력을 알아보고 대부분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여 일본 국립암연구센터 등과 의료분야 화상 해석 및 혈액을 통한 조기 암진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이미 2019년 일본 생활용품 기업 KAO와 제휴하여 피부 지방의 RNA를 통한 건강상태를 분석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KAO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PFN의 AI가 분석하여 미용 카운셀링 사업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AI관련 교재 제작, 프로그래밍 교육 S/W 개발 등 교육 관련 사업도 하고 있다.
• 자국 내 굴지의 기업들과의 협업과 글로벌화가 주요 이슈
이러한 PFN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 도입이나 M&A 등을 통한 외부로부터의 기술 습득이 아니라 H/W와 S/W를 망라하여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으로서 구글과 테슬라와 같은 극소수의 글로벌 IT 기업들만이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상당한 규모의 내수를 우선시하여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 진출은 다음 순위로 놓는 경영전략을 전통적으로 취해 오고 있다.
확실한 시장 수요의 보장, 경영 관행 및 의사소통에서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일본 내 협력 가능한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존재로 인해 자국 기업들과의 협업이 최우선시 되는 것은 경영효율 제고와 경영전략 차원에서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렇듯 S/W와 H/W를 망라하여 자체 개발하는 방식이 단기간에 수익성 확보와 견고한 입지의 구축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자국 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우선 선택한 전략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통해 진정한 검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글로벌 시장 선점이라는 경쟁에서 PFN의 모델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가 향후 PFN의 움직임을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PFN과 토요타 등 일본 내 대기업들의 제휴 전략은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와 자동차 및 통신 기업 등의 빅 데이터/AI 기반 비즈니스 및 미래 모빌리티 관련 생태계 구축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