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뚫으려는 완성차 vs. 막으려는 중고차 vs. 뒷짐 진 정부… 시장 개방은 언제쯤?
정부 결정 차일피일 미루자 완성차업계, "내년 1월 진출 감행" 선언 / 중고차업계 합의가 관건… '자사 제조 중고차만 판매' 방안 제시한 듯 / 받아들이면 완성차 진출 급물살… 소비자는 "투명한 시장 기대" 환영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중고차매매 시장에 진출하려는 완성차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정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중고차매매업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옛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내년 1월 시장 진출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3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난 2019년 2월 지정이 만료되면서 완성차 대기업들의 진출을 막아왔던 벽이 사라졌다.
이후에도 중고차매매업계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재차 요구했지만, 이를 검토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1월 '부적합' 결정을 내린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중기부가 지금까지도 결정을 미루면서 완성차 대기업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절차대로라면 중기부는 지난 5월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올해 연말로 연기한 데 이어 또 한번 최종 심의를 내년 1월로 늦췄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따르면 소상공인단체가 종사 업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업종 추천 여부를 담은 의견서를 최대 9개월 안에 중기부에 제출해야 하고 중기부는 이를 참고해 최대 6개월 내에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대기업들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정만기 협회장이 총대를 멨다. 정만기 협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국내 완성차업계는 내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매매 사업을 위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는 중기부의 결정만 기다리며 중고차매매 시장 진출을 늦출 수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현재 중고차매매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닌 만큼 시장 진입에 제한이 없고, 소비자들의 요구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시민단체들은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매매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중고차매매 시장은 허위매물과 사고이력 조작, 소비자 협박 등 신뢰를 잃은 시장"이라면서 완성차 대기업들의 진출로 투명한 시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중고차매매업계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차매매업계는 "완성차 대기업들이 판매할 수 있는 중고차 대수나 차의 연식, 주행거리 등을 제한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완성차 대기업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완성차 대기업들이 중고차매매업계의 반대 목소리를 마냥 외면하기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서 중고차매매상을 운영하는 한 대표도 "일반 매매상보다 가격이 비싼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기업 진출은 곧 중고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의지대로 중고차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독과점 시장의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완성차 대기업들이 자사에서 제조한 중고차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중고차매매업계와 합의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만약 합의가 이뤄지면 완성차 대기업들의 중고차매매 시장 진출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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