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주도하는 KB국민 윤종규와 신한금융 조용병, 신임 CEO로 경영·법학 출신 기용한 까닭?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며 일반직 공개채용에서 IT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지만, 이번 연말인사에서 기용된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상경계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만 봐도 그렇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세대교체'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젊은 피를 CEO와 임원으로 전진배치했다. 신임 CEO들은 경영, 법학 전공자들이 주류이다. 화두인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전공은 아니다.
사실 신한과 KB는 2,3년전부터 디지털 인재에 집중해서 신입 및 경력직 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로 인해 일선 지점 인원도 대폭 줄여 나감에 따라 평생직장으로 불리우던 은행원들의 명예퇴직도 일상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나 신한과 같은 대표적 금융기관 CEO들의 전공이 '전통적인 학과'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최연장자는 1961년생인 허인,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 최연소자는 1969년생인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
최근 임원 혁신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주요 CEO들이 서울대 공과대학 82학번 출신이 대부분일 정도이다. 디지털·IT업계는 물론이다. 대표적으로 한국 IT벤처 신화를 이끈 네이버-카카오-넥슨 CEO는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 출신들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추천한 주요 계열사 '신임 CEO'들의 대학전공은 경영, 법학, 경제 순으로 많다. 이들 CEO 내정자들(이하 '내정자' 생략)은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우선 KB금융지주 부회장에 나란히 내정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와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모두 1961년생이면서 법학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 법학과, 허 부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1966년생으로 전임자인 허인 부회장보다 5살이 적다.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했다. 1965년생인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고려대 응용통계학과 출신이다. 이환주 KB생명보험대표는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와 헬싱키경제대 경영학과에서 공부했다.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는 대전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KB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된 인사들은 각 계열사별 내부 주주총회나 인사 과정을 거쳐 이달 말 최종 선임된 후, 내년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 CEO 10명 중 6명이 이번에 새얼굴로 기용됐다. 그 중 공대출신이거나 디지털 전문가인 경우는 없다. 4명은 경영학을 전공했고 2명은 법학과를 졸업했다.
우선 신한자산운용의 전통자산 대표에 신규 선임된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 학사를 거쳐 이후 뉴욕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2년 생이다.
1963년생인 정지호 신한아이타스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1965년생인 조경선 신한DS 대표는 성균관대 경영학를 졸업했다. 1963년생인 박우혁 제주은행장은 경희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1969년생인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 출신이다. 1963년생인 이병철 신한신용정보 대표는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학과 법학과 석사를 했다.
■ 1950년대생인 윤종규와 조용병 회장, 경영학과 법학을 모두 공부 / 새 CEO로 경영학 혹은 법학을 전공한 1960년대생 발탁 / 최근 채용 타깃인 '융합형 인재'의 시대 오면 달라질 전망
따라서 KB와 신한의 연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거나 새 CEO가 된 인물 12명은 모두 1960년대생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허인,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최연장자이다. 1969년생인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가 최연소자이다.
대학 전공별로 분류하면 경영학과 5명, 법학과 4명, 경제학과 1명, 응용통계학과 1명, 수학과 1명 등이다. 금융의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영학과와 법학으로 무장한 '전통적 금융맨' 출신으로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진 셈이다. 이는 디지털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이라는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윤종규 회장의 전공을 보면 이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경영학과(박사), 한국방송통신대 법학(학사) 등의 5개 학위를 갖고 있다. 1957년생인 조용병 회장도 고려대 법학과(학사)와 헬싱키경제대 대학원(MBA)을 졸업했다.
경영학과와 법학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전공한게 양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학력이 지닌 공통점이다. 1950년대생인 두 회장이 자신과 비슷한 전공을 공부한 1960년대생 CEO를 포진시킨 것도 비슷하다.
금융업의 디지털화는 최근 수년간에 급격하게 진행 중인 현상이다. 때문에 CEO로 발탁할만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 상태이다. 디지털과 금융지식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들은 최근 금융기관에 채용되고 있다. 그들이 CEO가 되는 시기가 오면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