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59)] ‘국산부품 등록제도’ 시행 실태 면밀 점검하고 보완 대책 시급히 강구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11.29 14:59 ㅣ 수정 : 2021.11.29 15:05

콤파스 등록 및 조회 과정에 문제 많음에도 인원과 예산 없다며 실질적인 대책 강구에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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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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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술 연합정밀 회장이 회사 내 QPL 품목 제조 현장에서 QPL 인증 획득 부품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제도 시행 4개월 지났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보완 노력도 없어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지난 7월 7일 본격 시행을 발표한 ‘국산부품 등록제도’가 4개월 이상이 지났음에도 제도를 만든 취지와는 달리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드러난 문제들조차도 관련 기관에서 시급히 보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무늬만의 제도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국산부품 등록제도는 성능이 입증된 국산부품을 등록하고 신규 체계 개발 시 등록된 부품을 검토 후 설계에 반영하여 이미 개발된 국산부품의 활용도를 높이는 제도이다. 방사청은 체계업체가 무기체계 개발 제안서를 제출할 때 국산부품 적용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고 그 결과를 제안서에 포함해 제출하도록 제도화했다.

 

이에 따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이하 국기연)는 부품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부품국산화 통합정보관리시스템(COMPAS)’을 구축했다. 국기연과 부품업체가 부품정보를 COMPAS에 등록하고, 이후 체계업체가 등록된 부품이 무기체계에 적합한지 검토한 ‘등록부품 활용계획’을 제안서에 포함해 제출하면 방사청과 국기연의 검토를 거쳐 무기체계에 적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체계업체는 국산부품이 개발돼도 그 존재를 모르거나 성능 파악에 애로가 있었다. 게다가 부품업체가 해당 체계업체의 협력업체가 아닐 경우 또는 매출 증대에 따른 이윤 창출 목적으로 고가의 해외부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외에 구매조건부로 개발된 국산화 부품도 여타 이유로 납품이 이뤄지지 못하는 등 개발 의욕을 저하시키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면 부품업체는 해외부품을 사용하던 체계업체에 부품 공급 기회를 갖게 되며, 체계업체는 해외부품의 국내 대체 공급선을 발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국산화개발에 진력해온 방산 중소업체들에게는 그동안 누적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는 동시에 판로가 확대돼 수출까지 견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로 평가받았다.

 

제한된 일부 품목만 등록 가능하고 COMPAS 이용 편의성 문제도 심각

 

그러나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돼 성과를 얻으려면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국산부품의 정보가 등록되고 체계업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쉽고 빠르게 해당부품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26일부터 COMPAS 등록과 조회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부품 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방사청 개청 후 현재까지 국산화 개발이 완료된 부품 중 1790건만 COMPAS 등록과 조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2006년 이전에 개발된 모든 국산부품들과 2006년 이후 개발된 부품 중 일부가 COMPAS 등록과 조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2006년 이후 개발됐더라도 연구개발확인서가 없으면 COMPAS에 등록할 수 없다. 

 

부품업체가 자체 개발한 품목들은 이미 무기체계에 적용하고 있지만 연구개발확인서가 없다. 특히 대표적인 방산 부품업체인 ‘연합정밀’의 경우 약 40년간 국산화 개발에 주력해와 현재 연구개발확인서를 보유한 품목만도 3154종이 있다. 이 가운데 2006년 이후 개발된 것은 1700여종이나, 현재 COMPAS에는 216종만 등록된 상태다. 

 

더구나 이 업체는 10여 년 전부터 미국의 QPL(Qualified Product List) 인증 획득을 추진해 현재 무려 8840종의 QPL 인증 품목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자체 개발한 것이어서 연구개발확인서가 없다. QPL 인증은 국내보다 강화된 품질인증 시험을 거쳐 미국 정부가 세계 수준의 품질로 인정한 것임에도 국산부품으로 등록조차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COMPAS 이용 편의성 문제도 제기된다. 부품정보 등록을 위해 COMPAS를 이용해 본 업체들은 등록과 조회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고, 부품정보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필요한 내용을 찾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필요부품 검색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정보가 있어도 찾기 어렵다면 국산부품 등록제도가 정착되기는 힘들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부품 명칭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아 같은 품목임에도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 문제, 업체별 조회 기능이 없어 낱개 부품을 하나씩 찾아야 하는 어려움, 대다수 무기체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부품을 기록할 방법이 없는 등 현재까지 COMPAS 이용 간 다양한 애로사항들이 제기되고 있다. 

 

방진회, 업체 의견 전달하며 대책 강구 요청했으나 달라지지 않아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이하 방진회)는 그동안 업체들로부터 이런 문제점을 파악해 방사청과 국기연에 전달하고 대책 강구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기연 관계자는 “문제는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인원과 예산이 없다”며 “보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편성된 내년도 국방예산에는 이와 관련된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아무리 빨리 추진하더라도 내년에 예산이 반영되면 2023년은 돼야 국산부품 등록제도가 당면한 문제들이 조금씩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과 국기연은 제도를 만들어 홍보하는 데만 열중했을 뿐 실제로 그 제도가 취지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필요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방사청과 국기연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COMPAS 운영에 익숙한 관계자들은 운영 예산을 갖고도 관심만 있으면 조회를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또한 2006년 이전 개발부품의 등록과 QPL 품목처럼 연구개발확인서가 없는 국산 개발품의 등록 방법을 강구하는 등 제도적 보완 노력도 추진돼야 한다. 

 

부품국산화의 ‘산증인’ 인 김인술 연합정밀 회장은 “제도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QPL 등 세계적인 품질인증 획득 품목은 우선적으로 등록하고, 1790종이 아닌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국산부품이 등록돼야 하며, 등록부품 검색이 용이하도록 업체별 분류 및 부품 명칭 통일 등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방사청과 국기연은 방진회가 제출한 업체의 건의사항을 토대로 지금이라도 ‘국산부품 등록제도’ 시행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이 제도를 만든 취지에 부합할 뿐 아니라,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방산 강소기업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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