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권영수-권봉석 체제에 담긴 구광모 LG회장의 ‘혁신적 용인술’

임종우 기자 입력 : 2021.11.28 06:15 ㅣ 수정 : 2021.11.29 09:34

6살 더 많은 권영수, 미래전략 지휘봉을 권봉석에게 넘기고 치열한 배터리 전쟁터 수장으로 투입돼 / 조주환 신임 LG전자 사장은 C레벨 중 최고 연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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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 25일 단행된 LG그룹의 임원인사에서 구광모 LG회장의 ‘용인술’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젊음에 집착하기 보다는 '검증된 CEO(최고경영자)'를 중용하는 게 핵심이다.

 

혁신인사란, '젊은 피' 수혈에 초점을 맞추는게 통념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런 통념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안정 속의 변화'라는 LG그룹 특유의 경영문화을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이 점은 경영수뇌부 3명의 인선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우선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권봉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지주사인 (주)LG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배치됐다.

 

(주)LG는 미래먹거리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담당하고 계열사가 핵심 사업영역을 담당하는 구조이다. 권 부회장은 전쟁터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사단장에서 미래전략을 짜는 참모장으로 이동한 셈이다.  

 

반면에 (주)LG 소속이었던 권영수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CEO로 기용됐다. 이 회사는 글로벌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장 치열한 경쟁시장이면서도 고속성장 시장으로 주목되고 있는 2차전지(전기차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다.

 

권봉석 부회장은 1963년생이고, 권영수 부회장은 1957년생이다. 6살이 더 많은 권영수 부회장이 미래전략 설계의 지휘봉을 권봉석 부회장에게 넘기고 가장 치열한 시장 경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구광모 회장이 향후 LG가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산업의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젊은 피' 보다는 '검증된 CEO'를 기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봉석 부회장의 후임인 LG전자 사장으로는 조주완 LG전자 CSO(Chief Strategy Officer)가 기용됐다. 조 사장은 1962년생이다. LG전자 C(Chief)레벨 중 가장 연장자다. LG전자의 지휘봉도 CEO에게 넘어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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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권봉석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그래픽=뉴스투데이]

 

■ 그룹 전략 총괄하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맡아 본격화되는 글로벌 ‘배터리 대전’ 총지휘  

 

권영수 부회장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성장역사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하기 8년 전인 2012년부터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아우디·다임러 등 독일의 자동차 업체에 자사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취임 후 2년 만에 배터리 공급사를 10개가량에서 20개가량으로 늘리며 LG화학을 중대형 배터리 업계 시장 선두에 올리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런 경력을 가진 권 부회장은 일종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대 국면’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한 GM사의 2017~2019년식 쉐보레 볼트EV가 미국에서 연달아 화재사건이 일어나면서 2020년 대규모 리콜을 결정하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국내 선두 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1위인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 뿐만 아니라 삼성SDI, SK온 등 무수히 많은 글로벌 기업이 참전할 ‘배터리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대전을 이끌어갈 책임자로 노익장이 투입된 것이다. 

 

■ 권영수 대표의 과제는 ‘LG생활건강 차석용 CEO’와 같은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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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진=LG생활건강]

 

권영수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LG생활건강의 CEO인 차석용 부회장을 연상시킨다. 1953년생인 차 대표는 2004년 12월 해태제과에서 영입돼 LG생활건강 대표를 18년째 역임 중인 그룹내 최장수 CEO이다. 비결은 나이와 무관한 실적이다.

 

차 대표 선임 이전 LG생활건강의 판매 품목은 치약·비누·세제 등 생활용품의 비중이 70%에 육박했지만, 부임 이후 코카콜라를 인수하고 화장품 소매점 프랜차이즈인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차 대표 부임 이후 LG생활건강의 매출은 2005년 3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무려 ‘65분기’ 동안 증가세를 보였다. 재임기간 동안 시가총액도 수십배로 키워냈다. 

 

차 대표가 LG생활건강 대표직을 장기 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실적 호조 덕분이다. 

 

LG생활건강이 기존 생필품 사업에서 화장품·건강식품 등으로 성공적인 사업전환을 이룬 것처럼,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확장을 추진할 수 있다. 올해 러시아에서 최초로 제조했다는 ‘전기 비행기’ 등은 그 사례로 꼽힌다. 

 

■ LG전자 성장시킨 권봉석 부회장, '포스트 권영수'에 기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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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LG 부회장 4인 중 한 명이 된 권봉석 부회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그룹 내 사업을 총괄하며, 미래전략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담당하게 된다. ‘포스트 권영수’가 된 셈이다. 

 

다른 부회장 3인은 계열사 대표이사 직책을 맡고 있다.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다. 

 

권봉석 부회장은 LG전자 CEO시절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쌓았다. LCD 모니터 시장 업계 선두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OLED TV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지주사에서 실력발휘를 한 뒤에 다시 핵심 계열사에 기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LG전자 신임 CEO 조주완은 '제2의 권영수'?

 

권봉석 부회장의 후임인 LG전자 CEO로는 조주완 CSO(최고전략책임자)가 선임됐다. 업계에서 ‘해외시장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주완 대표는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에 입사한 이래로, 34년의 재직기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대륙을 가리지 않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시작해 캐나다·호주·미국법인을 거쳐 북미지역을 두루 관할하는 LG전자 북미지역대표를 겸임했다.

 

조 대표의 이런 경력은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룬 권영수 부회장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나온다. '제2의 권영수'라는 이야기이다. 권 부회장은 1979년 금성 입사 이후 1988년부터 글로벌 사업을 진행했다. 또 1991년 미주 법인부장을 지내고 LG화학에서도 독일의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계약을 맺는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호실적을 쌓아왔다.

 

LG전자는 지난 7월 창업 63년만에 생활가전 시장에서 처음으로 매출액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이렇게 호실적을 거두는 시점에 ‘조 대표’를 기용한 것은 조 대표를 향후 LG그룹의 핵심 CEO로 키우려는 구광모 회장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구광모 회장은 '검증된 머리'와 '혁신적인 신체'를 선택? / LG 신규 임원 중 40대 비중 '62%'

 

이번 LG그룹의 임원인사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안정과 혁신의 균형”이라는 게 중론이다. 수뇌부는 검증된 CEO들로 채웠지만 미래의 CEO가 될 재목들을 대대적으로 발탁했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 승진 규모는 총 179명이다. 지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역대 최대 규모이다. 역대급 실적에 상응하는 승진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신규 임원은 132명이다. 그 중 62%가 40대이다. 

 

구 회장이 상무급 임원을 매년 대대적으로 발탁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미래CEO풀을 두텁게 하기 위함이라는게 LG 측 설명이다. '검증된 머리'와 '혁신적인 신체'를 병행하는게 구광모 회장의 용인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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