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PB 상품 가격 올린 대형마트 3사… 소비자단체 "생필품 가격 인상 신호탄" 우려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이마트(대표 강희석)와 롯데마트(대표 강성현), 홈플러스(대표 이제훈) 등 대형마트 3사의 자체브랜드(PB) 상품 중 이마트의 피코크와 노브랜드가 가격을 최다·최대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소비자단체인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대형마트 3사의 PB 상품 총 2176개 중 가격 비교가 가능한 1603개를 조사한 결과를 17일 내놨다. 조사 기간은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5일까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의 가격 차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1603개 PB 상품 중 514개(32.1%)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10개 중 3개의 가격이 오른 셈이다.
대형마트 3사 가운데 이마트는 564개 중 283개(50.2%), 롯데마트는 499개 중 38개(7.6%), 홈플러스는 540개 중 193개(35.7%)의 PB 상품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이 오른 이마트 PB 상품 283개 가운데에서는 식품이 277개, 비식품이 6개였다. PB 브랜드별로는 피코크가 179개, 노브랜드가 104개를 차지했다. 피코크의 경우 최소 0.4%에서 최대 126.6%까지 가격이 뛰었고, 상위 10개 품목의 평균 인상률은 79.6%로 나타났다. 노브랜드 비식품 상품의 평균 인상률은 7.8%였다.
'요리하다'와 '온리프라이스', '초이스엘' 등 3개의 PB 브랜드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38개 상품의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요리하다'는 243개 중 23개, '온리프라이스'는 203개 중 10개, '초이스엘'은 53개 중 5개가 1년 사이 가격이 올랐다.
'요리하다'의 가격 인상폭은 최저 0.13%에서 최고 76.4%였으며, 그 중 흑임자볶음깨(66%)와 국내산 볶음참깨(68.8%), 국내산 참기름(76.4%) 등 3개 상품은 50% 이상 인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참깨 생산량이 전년 대비 47.7% 감소한 영향이다.
'온리프라이스'의 경우에는 식품 3개, 비식품 10개가 가격이 뛰었다. 평균 가격 인상률은 66%였다. '초이스엘'은 가격 인상 제품 수가 5개였으며, 평균 인상률은 20.4%로 집계됐다.
홈플러스는 식품보다 비식품 PB 상품의 가격 인상이 더 많았다.
홈플러스는 2020년 PB상품 브랜드 시그니처를 론칭했다. 시그니처 브랜드 412개 상품 중에서는 141개 제품의 가격이 올랐다. 그중 식품은 42개로 평균 17.4% 뛰었고, 비식품은 99개로 평균 22.7% 상승했다.
홈플러스의 또 다른 PB 브랜드인 심플러스는 95개 제품 중 44개의 가격이 올랐다. 그중 식품은 평균 18.3%, 비식픔은 평균 24.8% 가격이 상승했다. 홈플러스의 초기 PB 브랜드인 '좋은상품'은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거의 없지만, 6개 제품의 가격이 평균 22.8% 올랐다.
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용량이나 제조사 등을 변경하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들은 이전 제품과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깜깜이 인상이 될 여지가 크다”면서 “특히 식품류 판매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식품류에 대한 인상은 향후 생필품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PB 상품은 광고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저렴하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한다”면서 “특히 이마트는 품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판매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게 되면 장점이 사라지고 소비자의 발걸음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