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시중은행들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마이테이터’ 사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빅테크사(社)들마저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를 꺼려하고 있어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농협·기업은행 등이 각각 자사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접목한 맞춤형 생활 금융 서비스 12월 출시할 것을 예고했다.
시중은행들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에 마이데이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각 금융사들의 흩어져 있는 고객 금융 정보를 한 데 모아서 관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고객이 어떤 곳에 지출하는지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마이데이터 사업은 시중은행의 숙원 사업으로 손꼽혀왔다. 빅테크사들은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정보 등을 수집해 각종 금융업 마케팅에 활용했다.
그 결과 빅테크사들은 지불 결제 사업과 인터넷 전문 은행까지 금융 분야에서 두각들을 드러내고 있으며 시중은행의 소매 금융 사업 분야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마이데이터 사업에 있어 빅테크사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사들에게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사들은 고객들의 거래내역과 같은 중요정보를 공유하지만, 빅테크사들은 일부 쇼핑 정보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빅테크사들이 마이테이터 사업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시중은행의 불만이 최고조에 다다른 모습도 포착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마이데이터는 금융사와 빅테크사 다 같이 합심해서 운영해야 할 사업인데 빅테크사가 정보공개를 안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의 부실행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 속도 내기에만 치중하고 있지 질적인 부분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빅테크사와 금융권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로우데이터(Raw date :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서로 공유해야 하는데 각 사들의 입장이 달라 시행이 안된다”면서 “로우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전문적인 합의가 필요한데 금융당국은 사업에 속도만 내고 있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고객 정보 활용에 대한 협의도 안된 상황이고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늦게 나온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니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마이데이터 사업은 아직 시범단계이며 시스템 보안 부분도 검증 단계라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중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놓고 과도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고객들의 로우데이터들이 한 곳으로 모아지기 때문에 해킹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