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포럼 2021] 주제 발표 종합, ESG 열풍 속 바람직한 입법 방향은… “한국만의 새로운 모델 필요”
서왕진·조동근·김민기·문성후 등 4人, 주제발표자로 나서 각자 의견 피력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기업의 ESG경영 현실과 바람직한 ESG 입법 방향'을 주제로 11일 열린 뉴스투데이 주관 'ESG 포럼 2021'에서 발표자로 나선 △서왕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조동근 명지대학교 명예교수 △김민기 블랙록 코리아 본부장 △문성후 한국ESG학회부회장(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각기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ESG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했지만, 국가(정부)와 기업, 사회가 어떻게 ESG를 해석하고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우리나라 ESG 법안 및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 서왕진 교수 “ESG는 기업과 정부가 파트너로 인식, 함께 해결할 중대한 과제”
서왕진 교수는 ‘ESG 시대 정부-기업의 협력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서왕진 교수는 지난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발생 당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해 해결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가 현재 당면한 ESG 문제도 이와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기업이 정책을 내면 정부가 규제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파트너라는 개념을 갖고 확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어려운 시기를 돌파해 ESG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 ESG 열풍이 불면서 금융기관들이 투자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기업들도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국제 사회 담론과 본질을 같이 해 출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왕진 교수는 “K-ESG라고 해서 탄소중립 컨트롤타워인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과거 우리나라 정부가 경부고속도로를 주도해 건설했듯 새로운 개념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세 도입과 같은 것들을 상업 수송 분야에 부과하는 정교한 설계 작업도 필요하며 중복 규제가 안되는 세심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ESG 관련 법안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경제계에서는 이를 기업 경영의 애로점을 꼽고 있다.
서왕진 교수는 ESG 경영 현장에서 요구하는 문제점들이 입법이라든가 행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ESG 문화의 성숙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ESG 관련 입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관련 문제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조동근 교수 “ESG 보다는 계속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
조동근 교수는 ESG라는 개념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ESG ETF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거품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했다.
그는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긍정적 변화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돼 왔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이 존립하고 영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교수는 ESG에 대해 “치타의 허리와 독수리의 날개와 코끼리의 다리가 좋다고 해서 다 붙여주면 그건 작동 불가능한 괴물이 된다”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며 모든 걸 다 합치게 되면 포퓰리즘(populism)이 된다”고 비판했다.
경영이라는 게 사전적의 의도와 달리 ESG라는 개념이 들어오면서 이를 빌미로 기업 규제를 강화하면 ‘연금사회주의’ 실현 통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조동근 교수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동근 교수는 “ESG를 패러다임이라고 칭하는데 이 용어는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면서 패러다임은 혁명적 요소들이 스스로 진화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ESG는 설명하지 못한 자기 강화 과정을 통해 패러다임으로 둔갑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계속기업’에 대해 주장했다. 계속기업은 사전적로 계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말한다.
조동근 교수는 계속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ESG를 하는 기업을 착한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유컨대 등산하면 건강해진다고 하는데 사실 건강한 사람이 등산을 할 수 있는 것이며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운동효과만 과장된다”면서 “ESG 하는 기업은 다 착하기 때문에 투자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K-ESG를 표방하며 하나의 지표를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조동근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ESG 지표를 만든다는 것은 비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투자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지표가 난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인내하면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지표가 성립되고 표준이 만들어지도록 놓아두고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면 된다”고 했다.
■ 김민기 본부장 “발 빠르게 변하는 ESG 트렌드, 신속한 적용 필요해”
김민기 블랙록 코리아 본부장은 자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선진국의 ESG 경영과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블랙록’은 1988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1경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지난해 1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언하며 ESG를 경영 화두로 내세웠다.
김민기 본부장은 “올해 9월말 기준 자사의 ESG 운용자산은 512조원에 달한다”면서 “올해 1월부터 9월말까지 ESG 운용자산이 95조원이 증가했고 3분기 만해도 30조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현재 국내 기업들에게 ESG 경영 정착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민기 본주장은 “이사회 구성의 효율성 및 다양성 확보를 비롯해 책임감 있는 기업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면서 “저탄소 경제를 위해서 기후변화 대응에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산업은 ESG에 부합하는 기준을 분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떤 자산이 ESG에 가까운 것인지 세계 표준을 만드는 ‘택소노미’(표준화되고 체계적으로 분류된 전통적인 분류학 기반의 분류 체계) 산업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기 본부장은 “해외의 ESG 트렌드는 발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를 인식해 공신력 있는 기관과 협의해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문성후 부회장 “한국만의 ESG 입법 체계를 잡아야 할 때”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보니 EU(유럽연합)와 미국의 ESG 입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문성후 부회장은 EU와 미국이 ESG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그 배경이 어떠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EU와 미국의 ESG 공시 입법 동향과 시사점’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그는 “왜 많은 사람들이 지금 ESG를 주장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ESG는 우등생 기업에게 모범생이 되라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탈냉전 시대 EU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현재는 기능이 축소돼 존립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EU는 ‘지속가능한 것’을 찾다보니 ESG가 맞아떨어졌고 이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찾아 나섰다.
문성후 부회장은 “EU의 ESG는 블랙록과 같은 투자 기업을 찾아 더 지속가능하게 이윤을 추구하라고 길을 열어준 것”이라면서 “ESG를 전파하기 위해 금융사들로 틀을 잡고 지속 가능한 금융 행동 계획을 만들게 하고 각종 계획과 법을 EU가 강화해 줬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ESG 법에는 EU와 다르게 지속가능이라는 개념이 없다. ESG 법만 놓고 EU와 미국의 공통점은 누가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법안을 만들어가는가에 집중하고 있냐는 것이다.
문성후 부회장은 “EU의 경우 금융기관의 공시 강화, 지속 가능 금융 공시, ESG를 안할 경우 왜 안하는지 설명하도록 만들었다”면서 “EU는 지속 가능 프레임에 따라서 금융 기관을 통해 규격화시켜 보고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환경과 사회적 관련이 있는 게 있다면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또 ESG 투자 상품이라면 다 공개하도록 하며 더 디테일한 것들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ESG 관련 법안이 정착하는 데 캘리포니아 법안이 큰 몫을 했다. 캘리포니아는 최근 많은 산불 피해를 봤고 해수면 상승 등으로 기후변화에 무책임한 기업들에게 몸서리를 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ESG 관련 법은 주법이지만 연방법과 같은 효과를 낸다.
문정후 부회장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한 후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행정명령을 우선시 하고 관련 공시는 국가기관 협의 하에 명확히 하라고 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위험에 있어서 E와 S를 동일 시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후의 위험이 사회 불평등을 초례하며 기후 위험 정보를 촉진해 불안 커뮤니티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ESG 입법의 기본은 지속가능을 추구하는 EU와 다르게 투자자보호를 우선 시한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얼마나 다양하게 하고 다양성 등을 모아서 투자보호법으로 합해 만든 것이 미국의 ESG 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문성후 부회장은 “정부가 ESG 입법을 한다며 기업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야하는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정부는 입법 모델이 없는데 EU처럼 하던지 미국을 모델로 삼든 원칙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각기 다른 ESG 법안 97개가 올라왔지만 이를 조정하고 체계를 잡을 수 있는 기관이 없으며 통일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며 EU와 미국 중 어느 게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법률의 체계를 잡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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