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포럼 2021] 김민기 블랙록코리아 본부장, "홍콩, 싱가포르는 글로벌 투자자 참여시켜 ESG가이드라인 만든다"

임종우 기자 입력 : 2021.11.12 16:25 ㅣ 수정 : 2021.11.12 17:09

뉴스투데이 주관 'ESG 포럼'서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 입장 첫 발표 / "해외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기후 변화'… 블랙록도 전담부서 별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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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ESG 포럼 2021'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민기 블랙록코리아 본부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김민기 블랙록코리아 본부장은 11일 오후 뉴스투데이 창사 1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호텔에서 개최한 '기업의 ESG 경영 현실과 바람직한 ESG 입법 방향'을 주제로 열린 ‘ESG 포럼 2021’에서 세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실과 바람직한 ESG 입법 방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김민기 본부장은 ‘한국형 ESG’에 대해 세 가지 제언을 했다. "국제적인 흐름에 맞는 방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적용하는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등이다.

 

김 본부장은 "자신의 발표 내용은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회사의 공식적 입장"이라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블랙록이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굳어진 ESG 경영 및 투자와 관련된 각국의 입법 방향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본부장의 발표주제는 ‘선진국의 ESG 경영과 정부 정책 방향’이었다. 현재 ESG에 대한 민간 투자 회사의 입장과 투자 현황 등을 소개하고, 해외의 ESG 현황을 알리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김 본부장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이 자리에 저는 회사를 대표해서 나왔고, 개인 의견을 말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며 양해를 부탁했다. 즉,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세계 1위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시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김 본부장의 발표는 총 6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블랙록 소개 △최근 해외 동향 △ESG에 대해 해외에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 △블랙록과 국내 기업과의 상호작용 △기업의 정보공개 △정부 정책 관련 제언 등이다.

 

■ “전세계 지속가능투자상품의 규모는 현재 약 ‘4800조원’… 자금 유입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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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본부장이 속한 '블랙록'은 '1경1200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1위 규모 자산운용사이다. [사진=뉴스투데이]

 

김 본부장은 가장 첫 번째로 자신이 속한 회사를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민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1988년 뉴욕에 설립되어 현재 약 9.5조달러(약 1경12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전세계 약 70여개 오피스에 1만6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S&P에서 블랙록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AA-’로,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인 ‘AA’와 비교하면 단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현재 약 100개국의 고객사를 두고 있으며, 본부장 본인은 한국 오피스에서 대체투자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Lawrence Fink)회장이 지난해 1월 지속가능투자를 선언하면서 전세계 ESG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실제로 래리 핑크회장은 과거 “ESG 실적 나쁜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영향을 끼치는 블랙록의 지속가능투자상품 운용자산은 올해 9월말 기준 4340억달러(약 512조원) 규모이다. 전세계 지속가능투자상품의 추정 규모가 약 4조달러(약 4800조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블랙록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을 정도로 크다.

 

지속가능투자상품에 대한 자산은 단순히 거대할뿐만 아니라, 유입되는 자금의 속도도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올해 9월말까지 블랙록의 지속투자관련 상품에 유입된 자산은 약 800억달러(약 95조원)인데, 그중 320억달러(약 38조원)은 올해 3분기에만 들어온 자금이다.

 

게다가 블랙록은 지속가능투자상품으로 운용중인 4340억달러 외에, 별도로 신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등의 ESG를 반영한 자금을 운용중이다. 그 액수는 현재 지속가능투자상품으로 운용중인 4340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6740억달러(약 800조원) 수준이다.

 

■ “블랙록, 올해 4월 싱가포르의 한 투자기관과 탄소 관련 ‘대형 파트너십 계약’ 체결… 민관 구분없이 ‘기후 변화’에 주목하고 있어”

 

세 번째 항목인 ‘해외에서 집중하는 부분’에 대해서, 김 본부장은 “현재 해외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위협이다”라며 “기부 변화와 관련해서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방면으로 집중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속가능성이라는 방면에서 ESG가 파생됐고, 지속가능과 관련해서 ‘기후 변화’는 항상 같이 언급된다”며 “저희 회사에도 이와 관련해 BIS(블랙록 투자 스튜어드쉽 BlackRock Investment Stewardship)라는 부서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블랙록이 기후 변화에 집중한 한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블랙록은 올해 4월 싱가포르의 한 대형투자기관과 '탈탄소'와 관련한 상당히 큰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해외에서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합작하는 등 민관 가릴 것 없이 ‘기후 변화’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 “블랙록이 ESG와 관련해 투자자로서 국내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 5가지" / "이사회 구성 다양성·효율적 자본 분배·장기전략 조언·임원 보상 제도·‘피플’에 대한 ‘임팩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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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국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하여 '5가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김 본부장은 네 번째 항목인 ‘블랙록이 (ESG와 관련해) '투자자'로서 어떻게 국내 기업을 평가하는가’에 대해서 “언급할 내용은 총 5가지이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이사회의 구성 방향성’이다. 그는 “이사회의 구성을 효율적으로 하고, 성별·나이·국적 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책임감 있게 이사회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저탄소 경제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자본 분배’이다.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 등 해외 각국에서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계획하는 등 ‘저탄소 경제’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블랙록코리아는 이런 목표를 향해가는 기업과 기관에 대해 고평가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저탄소 경제 달성을 위해서 자본을 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쪽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세 번째 방식으로 ‘전략 목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발표 자료가 영문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한국어로 그 의미를 완벽하게 변역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는 “건전한 자본운용을 통해서 장기 전략이 진행되는 기업을 높이 산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블랙록의 ‘전략 목적’을 표현하자면, 기업 및 기관의 장기적인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위한 ‘자본운용의 건전성’ 확립인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로는 ‘임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언급하였다. 김 본부장은 “임원들이 ESG에 관하여 보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임원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임직원에게 단순히 ‘ESG가 필요하니까 해야 된다’라는 말만으로는 열의를 갖기에 충분하지 않다. ‘충분한 보상’이 주어졌을 때, 그 업무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업에서 장기지속 가능한 ESG의 확립을 위해서는 ‘당근’을 꺼내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주주를 포함하여 직원, 고객에게도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주주를 위주로 이익을 강조했으나, ESG에서는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이익’을 말한다”며 “실제로 이를 위한 용어로 피플(People)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플(People)에 대한 임팩트(Impact)를 굉장히 주요한 관점으로 경영하도록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블랙록의 국내 기업에 대한 평가 방식의 설명을 마쳤다.

 

■ "글로벌 기준으로 정보 공개해야" / “올해 9월 기준, S&P 500 기업 중 85%가 ‘TCFD’, ‘SASB’ 기준 사용하여 ESG 정보 공개”

 

김 본부장은 “다섯 번째 항목으로 ‘정보공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건데, 앞으로 ESG와 관련하여 굉장히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며, “TCFD라는 ‘기후 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와 SASB라는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가 있다”고 두 개의 단체를 언급하였다.

 

그는 “이러한 협의체나 회계기준과 관련하여 굉장히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아주 단적인 예로는 2020년까지 이 회계기준 위원회와 관련하여 1700개 정도 기관이 지침을 따르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 2300개 기관이 추가로 늘어났고, 그중 810개 기관은 아시아 지역의 기관이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S&P 500 기업 중에서 ESG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의 비율은 10년전 약 20%이었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 85%의 기관이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이런 사실과 덧붙여 “정보공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보공개를 할 때에는 TCFD와 SASB의 기준을 따른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의 말을 결론적으로 종합하면 ‘정보공개 방식을 따를 때, ’글로벌 기준‘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3가지 정부정책관련 제언… “‘K-택소노미와 ESG가이드라인’ 국제 흐름의 방향성과 일치해야" / "‘글로벌 투자자’ 참여시켜 피드백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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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국내 ESG 현황에 대해 '방향성'과 '글로벌 투자자의 참여'를 제언하였다. [사진=뉴스투데이]

 

김 본부장은 6번째 항목인 '정부 정책 관련 제언'에서는 3가지 제언을 했다.

 

첫 번째 제언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는 청중에게 ‘택소노미(Taxonomy, 분류 체계)’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지 질문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것은 ‘분류 체계’라는 의미인데, 어떤 자산 혹은 투자가 ESG에 부합하는지 분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서, ‘특정 발전 방식’이 (ESG에) 부합하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택소노미는 전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어떤 ‘발전 방식’이 택소노미에 부합하게 되면 ESG에 포함되는데, 이것이 이루어졌을 때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택소노미에 포함이 안된 방식’은 투자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설명하면서 “이는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는 ‘K-택소노미’가 작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커먼 그라운드 택소노미(Common Ground Taxonomy, 보편 분류 체계)’를 언급하였다.

 

그는 “(택소노미에 대한 논의가) 이미 세계 표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K-택소노미’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나중에 많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금융이나 산업 분야에서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며, 예전에 회계기준위원회 사례를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결국에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다시 국제 기준을 따라야 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두 번째 제언으로 ‘ESG 가이드라인’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였다. 그는 “ESG 관련해서 최근에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발표한 내용이 있다”며 “해외 트렌드를 빠르게 주시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의하면,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된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언급하였다. 해당 총회에서 ‘IFRS(국제회계기준재단)’가 ESG관련 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이달 3일 설립된 ‘ISSB(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의 주요 위원들이 기후 협약과 관련하여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빠르게 쫓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데, 조금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의 ‘ESG가이드라인’이 ‘한국만의 것’으로 가고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싶어 조심스럽다”며 국내의 ‘ESG가이드라인’이 국내에만 국한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다.

 

뒤이어 “해외 트렌드의 변화가 급격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실 ESG라는 개념이 최근에 생긴 것이기 때문에 아직 국제적으로 모두가 따르는 기준이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 및 협의체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가를 아주 빠르게 쫓아가야한다”라고 밝히며, 정부와 관련 산하기관이 국제기구인 ‘IFRS’의 정책을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제언은 ‘글로벌 투자자의 참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ESG가이드라인 제정에 있어 ‘글로벌 투자자’의 피드백을 꾸준히 받는다고 전해진다. 이런 방향성은 가이드라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크게 두 가지 강점을 갖는데, 하나는 세계적인 추세에 입각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있어 투자자들을 계속해서 참여시키며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과연 국내의 가이드라인은 그런 절차를 밟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세 가지 제언을 요약하면서, “첫 번째는 K-택소노미에서 관련 국제 기준과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두 번째는 ‘ESG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때 첫 제언과 마찬가지로 방향이 일치하는 지, 세 번째로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투자자를 참여시키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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