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생명, '즉시연금' 1심에서 승소했지만 추후 판결은 '시계제로'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최근 법원은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기존 판결들과 달리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향후 '즉시연금'을 둘러싼 보험회사들의 승소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존 판결들에선 산출방법서가 보험약관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봤으나, 최근 판결에선 산출방법서상 연금월액의 계산에 관한 부분이 보험약관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법원 또한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5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즉시연금보험 관련 최근 판결 검토'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관련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즉시연금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목돈을 보험료로 한꺼번에 보험회사에 납입하고 즉시(통상적으로 납입 익월부터) 매월 일정액의 보험금(연금)을 지급받는 구조의 보험상품이다.
즉시연금보험은 A유형(연금과 함께 나중에 목돈을 지급받는 유형)과 B유형(연금만 지급받을 뿐 나중에 목돈을 지급받지 않는 유형)으로 크게 나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형은 A유형 중에서도 A-2유형[상속연금형(만기형)]이다. A-1유형[상속연금형(종신형)]은 적립금액이 바로 연금액이 되는데 반해 A-2유형은 적립금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공제한 금액이 연금액이 된다.
A-1유형은 매월 연금은 많이 받지만 나중에 목돈은 적게 받고, A-2유형은 매월 연금은 적게 받지만 나중에 목돈을 많이 받게 되는 구조다.
이번 삼성·한화생명과 관련된 즉시연금보험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으로 매월 생존연금을 지급함에 있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기존에는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에서 매월 지급되는 생존연금의 금액(연금월액)은 다음과 같이 산출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연금계약순보험료는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보장계약에서의 보장을 위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차감한 금액이다. 연금계약순보험료에 일정한 이율(최대[공시이율,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금액이 이자상당액으로, 매월 생존연금 지급을 위한 기본 재원이 된다.
이자상당액 중에서 일정 금액을 나중에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따로 공제하고, 잔여액을 생존연금으로 지급한다.
보험회사는 만기 시에 연금계약순보험료보다 더 큰 금액인 기납입보험료 전액을 만기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 차액을 충당하기 위해 매월 일정액을 공제한다.
만기에 연금계약순보험료가 아닌 기납입보험료 전액(차감했던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상당액까지 포함된 원금 전액)을 만기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연금계약순보험료에서 시작한 적립금에 매월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더해서 만기 시 적립금의 수준이 기납입보험료와 같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위와 같이 이자상당액 중에서 매월 일정액을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공제해 계산된다는 것이,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는 나와있지만 보험약관엔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고 약관에 기재돼 있는 문구는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장개시일로부터 만 1개월 이후 계약해당일부터 연금지급개시 시의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한다고 기재한 경우, ‘연금개시 시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이 상품의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계약자가 선택한 기간 동안 지급’한다고 기재한 경우, ‘연금개시 시의 연금계약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을 연금지급기간 동안 지급’한다고 기재한 경우 등이 있다.
이를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보험계약자에 대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 것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자는 약관에 정해 있는 주요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고, 만약 사업자가 이를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보험 원리가 수리적으로 보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보험회사 측의 처리내용이 합당하고 또 산출방법서에 근거했더라도, '약관상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고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계약자에 대해선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 즉시연금보험 소송 현황
즉시연금보험 관련 제기된 1심 소송들에서 대부분 보험회사가 패소됐는데, 최근에 보험회사(삼성·한화생명) 승소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NH농협생명이 승소한 사례가 1건 있었는데, 해당 사안에선 약관에서 연금월액이 적게 계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기재했다.
즉 약관상 ‘보장개시일로부터 만 1개월 이후 계약해당일부터 연금지급개시 시의 연금계약 적립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다만, 가입 후 5년간은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5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함)’이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이 같은 약관문구가 가입설계서와 상품제안서(연금액 예시에 가입 후 5년 이내에 지급받는 연금월액이 5년 초과 후 지급받는 연금월액보다 현저히 적은 금액으로 되어 있었음)와 모집인의 설명(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연금월액이 매월 지급되나 다만 가입 후 5년 동안은 연금월액 중 일부가 원금으로 보전되기 때문에 지급되는 연금월액이 적다고 설명하였음) 등을 통해 명시·설명됐다고 인정했다.
그 외에는 1심에서 보험회사들이 패소한 바 있다. 법원은 연금월액 계산 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서 보험계약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고 봤다.
■ 삼성·한화생명이 1심에서 승소한 배경
기존 보험회사들이 패소한 사안에서 법원이 상속만기형의 경우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가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공제된다'는 내용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판결에선 다르게 본 것이다.
기존 판결에서 법원은 가입설계서상 상속만기형과 상속종신형 사이에 연금월액 예시금액에 차이가 있는 것만으로는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공제 내용이 도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공제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데 보험회사가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판결에선 이 사건 보험계약자는 상속만기형과 상속종신형에 따른 예상 연금월액에 관한 설명을 듣고 매월 지급받는 연금월액의 액수는 적으나 만기 시 돌려받는 금액이 더 큰 상속만기형을 선택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산출방법서에 따른 연금월액의 구체적인 계산방법을 알았다거나 상속만기형의 연금월액은 공시이율 적용이익에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여 계산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상속만기형이 아닌 다른 유형의 보험을 선택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결국,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가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공제된다’는 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처럼 즉시연금보험 관련 소송에서 산출방법서상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공제 내용이 보험약관의 일부를 이뤘는지와 해당 내용과 관련해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라는 핵심적인 쟁점과 관련해 1심 법원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 위원은 "아울러 약관과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 등에 기재된 내용 및 모집인이 어떻게 설명하였는지 등 개별 사안에서의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앞으로 진행될 소송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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