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짧아 관심 밖이던 '리튬인산철 배터리', SK온이 개발 검토하는 까닭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에서 떨어져나온 SK온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유일하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와 함께 다양한 배터리로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2030년 이후를 미리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뿐 아니라 SK온도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주로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해 중국 완성차 업체에 공급해왔다. 무게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에너지 대란의 영향으로 삼원계 배터리 소재인 니켈, 망간, 코발트의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망간은 1톤당 2505달러(약 296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13.7% 증가하며 2배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원계 배터리 핵심소재 광물인 코발트(77.8%)와 니켈(39.8%) 등도 모두 가격이 크게 뛰었다. 삼원계 배터리 가격에서 원료와 소재 가격은 6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이 높다.
그러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SK온이 가장 먼저 리튬인산철 배터리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코발트와 니켈 등이 들어가지 않아 소재 가격이 덜 들어간다. 양산이 쉽고 안전성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이미 중국시장에서 모델 3와 모델 Y에 인산철 배터리를 적용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에너지 대란으로 배터리 소재인 희소광물 가격 상승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에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치솟을 것”이라며 “만약 SK온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을 진행할 경우 저렴한 가격과 품질로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 리튬인산철 배터리 관련 특허가 만료되는 만큼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배터리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